음악적 취향

Coexist (2012) - The XX

Loomer 2012. 9. 12. 15:48



 며칠 전, The XX는 본인들의 2집 앨범 Coexist를 홈페이지에서 전곡 무료 스트리밍 형식으로 선공개했다. 뭐 정식 발매가 얼마 남지 않았기도 하고, 음원은 이미 유출될 대로 다 유출된 상태인지라 이런 식으로 아예 공개해버리는 것이 홍보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방식은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본인들의 신보를 홍보하는 방식이긴 하다.) 특이한 것은, 앨범을 들을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는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 지역을 세계지도에 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1집을 막 내던 시절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그들은 지금쯤 세계 곳곳에 찍혀져 있는 점들을 보면서 흐뭇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앨범 이야기로 들어가면, 1집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1집의 방식 자체는 그대로 차용하였다. 이번 앨범의 노래들도 전작처럼 어느 위치에 어떤 소스들이 쓰이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앨범에서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되, 이에 필요한 재료도, 결과물도 다르다. 우선 전반적으로 공간계 이펙터의 사용이 늘어나 대부분의 곡들이 엄청난 공간감을 자랑한다.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1집과는 다르게 이번 앨범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넓은 공간 속에서 울려퍼진다. 옛날 이들의 1집을 들었던 한 지인은 Interpol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는데, 2집에서는 이런 느낌이 더 강해졌달까. 또한, 남녀 보컬이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대화'를 진행하는 듯한 느낌이었던 1집에 비해 2집은 확실히 두 보컬의 역할이 분리된 느낌이다. 공교롭게도 두 보컬은 남녀 구분을 제외하면 상당히 목소리 톤이 비슷한데, 이번 앨범은 아예 둘 중 한 명만 부르는 곡도 있을 정도이니. 마지막으로, 곡들이 전반적으로 서정적으로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미니멀리즘' 자체를 보여주려고 했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멜로디를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나는 1집의 방식이 더 귀에 잘 박힌다는 것. 실제로 단 한 번에 꽃혀버린 1집에 비해 이번 앨범은 몇 번 들어야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편, 이런 변화가 이들의 이번 앨범 커버에 나타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흑백의 단색으로 완성되었던 1집의 커버. 옛날 일반물리 공부하면서 열심히 풀었던 박막반사(맞나??) 문제들이 떠오르는 기름으로 덮혀진 2집 커버. 분명 커버의 모양은 똑같다. 다만 딱딱 떨어지는 1집 커버와 달리 2집 커버의 기름막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온갖 색들이 나타나는 보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이들이 원했던 것일까? 이제 발매를 앞두고 있는 앨범인 만큼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1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무리없이 좋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소포모어 징크스는 확실히 비켜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들의 미래가 조금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앨범도 '정말 좋기는' 하지만, 1집은 그것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1집 시절에는 정말 독보적인 명품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풍겼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 브랜드를 너도나도 입고 있는 시대에 나온 신제품 같은 느낌이다. 덧붙여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들의 방법론이 언제까지 통할까 궁금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이들의 사운드 건축 방식의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소스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솔직하게 말해서 이 방식은 4집 정도를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 이들의 과제일 것이다.




1번째 싱글로 선공개되기도 했던 1번 트랙 Angels. 설마 뮤직비디오를 안 내고 정말 이걸로 끝내려나?
아무튼 이 싱글 자체는 새로워서 참 좋았다.


2번 트랙 Chained. 초반에는 엇박인 것 같던 비트가 나중에 그대로 녹아들어가는 것이 대단하다.

다만, 1집 수록곡들에 비해 귀에 바로 들어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