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다름

Loomer 2013. 6. 29. 19:18

 어떤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나 성격 같은 것은 아무래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과거 주위 사람들의 성적에 대한 조금 지나친(내 기준에서) 간섭이 정말 싫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무신경하다고 비춰질 정도로 다른 사람의 개인사에는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이 되었고, 어렸을 적에 잠깐 맞고 다니기도 하고 태권도 학원에서 하도 맞으면서 다녀서 그런지 권위라는 것을 그 필요는 인정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정말 혐오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성향의 일면으로 다른 사람이 내 위에 올라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가끔씩 내가 다른 사람들의 위에 올라서고 싶어한다.(이러한 성향은 자제하려고 정말 애쓰고 있고, 올해는 그럭저럭 잘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그렇기에 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사람을 이해함에 있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느 선을 넘어가면 '너는 떠들어라, 난 내 갈길 가련다' 와 같은 식으로 그냥 이해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린다. 굳이 노력하면 파고들고 파고들어서 서로의 이해의 간극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찾아볼 수 있을 테고, 실제로 그래본 적도 몇 번 있지만, 내 경우에는 그러한 간극의 대부분은 결국 살아온 배경 같은 것에서 갈렸고, 이건 다른 사람이 바꿔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건 그냥 다른 거다. 나는 이렇게 단정한다. 다른 걸 굳이 같게 바꾸려고 노력할 만한 동기가 없는 이상 별로 그러고 싶진 않고, 그러한 동기라는 것도 정말 큰 뭔가가 아니면 안 된다. 나도 나이를 먹긴 먹는지 요즘 술자리에서 정치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튀어나오곤 하고, 최근에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일로 학교 내부도 좀 소란스러운데, 나는 정말이지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던 설득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 건전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고 서로를 설득하는 행위 자체는 필요한 행위이지만, 이걸 '승부'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하고는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도 옛날에는 정말 고집이 셌고, 어떻게든 내 식으로 밀어붙여야만 맘이 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불과 2~3년 전인 것 같다. 뭐 지금도 고집센 것은 변함없긴 하지만, 과거의 '공격적인' 고집에서 '방어적인' 고집으로 바뀐 것 같다. 가끔은 이러한 내 성격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5분만 참으면 감정의 기복은 사라진다. 그냥 다르면 다른 거지, 왜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고 바꿔야 하는 걸까 싶다. 물론 정치와 같은 큰 영역에서는 분명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개인의 신념까지 마음대로 고치려 드는 사람들. 정말 마음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