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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참여 하면서 이 곳에 원서를 쓸 준비하면서 그래도 이것저것 배운다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사실 별로 구르지는 않고 있고, 랩에 소속되었다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 가까운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말 그대로 '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편이 오히려 편한 것 같다. 이제는 이걸로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해야 하니까. 반평생을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이 영역에 계속 발을 들여놓고 있을 자신은 없으니까. 아무튼 익숙해져야 한다. 질린다는 이유만으로 내려놓기에는 난 나이를 많이 먹었고,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발걸음을 걸어왔다. 다 떠나서 그렇게 확확 질러버릴 능력이 아직은 없다. 그런 능력을 기를 때까지는 얌전히 있어야 한다.
#2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만은 내가 나를 이해하는 사고회로는 뭐랄까 나 자신을 대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대충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행동하겠지'를 예상하고 나를 그 짜여진 시나리오로 일부러 밀어넣거나, 아니면 피하게 만드는 식으로 내 행동을 강제한다. 그냥 생각 없이 놓아버리면 정말이지 나는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강박증 덕에 내가 지금껏 잘 살아 있는 것일 테지만, 생각할 여유가 많은 시점에서는 이 강박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확 생각없이 풀어져서 뭔가 다시 할 의욕이 날 때 까지 냅두면 어떨까 싶어서 2012년 내내 그래봤지만 거의 1년 내내 축 처져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내 스스로가 목도하니 그 방법에는 회의가 들어 다시 옛날처럼 그냥 강박적으로 살고 있다. 나는 냅두면 그냥 통제 불능이다. 살아지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추락은 면한다.
이제는 그냥 포기해야겠다. 뭐 이런 더러운 성격이나 사고회로도 결국에는 내가 만든 거지,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고. 이걸로 힘든 것도 내가 힘들지, 다른 사람들한테 떠벌여 봤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는 결국 내가 만들었거나, 내가 아닌 사람이 만들었더라도 나에 의하여 해석된다. 이 렌즈로 왜곡된(왜곡되어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세상을 보는 것에는 참 진절머리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걸 깬다는 건 '공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일이 들고,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냥 나 혼자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엿같이 사는 것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뭐 어째. 이렇게가 아니면 내가 살아갈 대안이 없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나란 사람아, 최대한 오래 버텨 주렴. 그래도 이런 엿같은 고민도 몇 년을 하니까 이제는 '또 이렇네' 뭐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라도 있게 됐잖니.
#3
포항은 정신없이 덥다. 다들 되게 힘들어하고, 특히 행사 준비한다는 알리미 후배들은 정말 힘들어 보인다. 내 경우는 대장정을 통해 한국의 여름에서 겪을 수 있는 지독한 환경들은 죄다 몸으로 겪어봤기에 그냥 이제는 다 참을 만 하고, 이런 날씨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그런데 비는 왔으면 좋겠다.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막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그냥 비를 왕창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