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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서태지와 아이유의 소격동.

Loomer 2014. 10. 2. 18:30




아이유가 이번에는 서태지의 힘을 입어 새 싱글을 내놨다.

노래만 냈다 하면 논란을 만드는 서태지답게 이번에도 논란에 바로 휩싸였는데, 

논란과 이 노래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봄.

(서태지의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쪽 관련해서는 '음악적 취향' 카데고리에는 안 적을 듯.)


1. 서태지와 아이유가 손잡은건 윈윈인듯. 서태지는 이제 20대 이하로는 없다시피 한 인지도를 아이유를 통해 얻을 수 있고, 아이유는 새로운 곡과 아이유라는 뮤지션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다만 아이유 쪽이 더 이득을 얻은 것 같다. 아이유는 참 영리한 듯.(본인의 선택인지 아이유라는 한 '상품'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건 중요치 않다.) 슬슬 내놓는 노래들의 약빨이 빠질 무렵이 되니까 김창완이나 서태지 같은 거물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고, 그게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유가 이 경험을 미래에도 잘 살리는 것일 듯. 개인적으로는 훗날의 아이유가 이상은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이소라 정도의 자의식은 갖추기를 바라는데, 지금의 경험들은 그러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2. 서태지는 절대 혁신적인 뮤지션은 아니다. 그건 아이들 시절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본인도 그걸 잘 알아서 솔로 이후로는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사운드의 질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사실 이 노래도 따지고 보면 이미 1~2년 전부터 유행할 대로 유행하는 신스팝을 그냥 가져온 거다. 정확한 결과는 이 노래의 서태지 버전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 아직까지는 이번에도 서태지가 혁신을 이룰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본인과 잘 어울리는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한 7~8집처럼 이번에도 그럭저럭 잘 어울릴 듯. 서태지의 강점은 이 쪽에 있으니까 이번에도 질이 보장되는 앨범은 나올 것 같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는 여전히 문제적인 뮤지션이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Chvrches와의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일단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절의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이번엔 표절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다 떠나서 이런 일을 수없이 겪은 서태지가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할 리가 없다.

 하지만, '표절'이 아닌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서태지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서태지가 자초한 잘못이라기보다는 서태지의 그간 행보에 따라 생긴 일종의 업보에 가깝다.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잘나가는 음악들을 자기식으로 가져온 것이 서태지의 그간 행보였고, 나는 그런 행보가 8집을 통해 드디어 끝나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이전의 방식을 사용하였다. 모 커뮤니티에서의 한 유저가 이에 대해 명쾌한 한마디를 남겼다.

'서태지가 Chvrches를 표절한 것은 아니지만, Chvrches가 없었으면 이 노래도 없었다.'

 서태지는 이미 10년 정도 전부터 문화대통령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외부의 관심에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개인이 원하는 음악을 찾아 그걸 하려 애쓴다. 그는 이런 점에서는 여러 뮤지션들의 '비음악적' 이상향이다. 다만 위의 이유로 절대 '음악적' 이상향은 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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