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2013) - 진보 나는 한국식 R&B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진보는 한국에서 참 희소성 있는 뮤지션이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정말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다재다능함은 전작 에서 잘 드러났기도 했고. 이번 앨범은 Fantasy라는 컨셉에 걸맞는 느낌으로 모든 소리 하나하나를 전작과는 꽤 다르게 바꿨다. 전작이 둥글둥글했다면 이번 앨범은 꽤나 날카롭다. 무엇보다도 보컬의 비중이 전작보다는 조금 줄어서 그럴까, 확실히 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은 Fantasy라는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소리의 질감 하나하나를 정말 세심하게 신경쓴 점이 마음에 들고, 거기에 높은 점수를 주..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07~2008년 무렵 폭발한 한국 인디 신의 본격적인 '2세대' 그룹들 중에서도 가장 넓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룹 중 하나이다. 아니, 이 2세대들의 붐을 직접 지켜본 입장에서는 이 붐의 시초와도 같은 그룹이 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이다. 같은 세대에 해당하면서 비슷한 레벨로 '시끄러운' 국카스텐에 비해 라이브 지향성이 매우 강한 밴드이기에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일은 더 적었지만, 분명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국카스텐보다 훨씬 더 받아들이기 쉽고, 더 대중적이며, 더 한국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크라잉 넛이 10년 넘도록 가지고 있는 '대중과 가장 가까운 시끌시끌한 음악인'의 이미지를 넘겨받기에 가장 적합한 ..
이 앨범은 아마도 내가 올 가을에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일 것이다. 많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들을 거리가 넘친다는 것이며, 그만큼 듣기 편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이 2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앨범이다. 아마 대중들에게 사이키델릭 음악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MGMT일 테니 굳이 그들과 비교하자면, MGMT가 단순한 것을 사이키델릭스러운 맛과 버무려 복잡하게 표현하여 있어 보이게 하는 것에 능하다면(2집 기준. 이건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그저 특징.), 이들은 사이키델릭을 정말 단순하고 팝스럽게 구현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 듣기 편하다는 것. 이게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이번 앨범은 팝스럽다고 하기에는 2% 모자랐던 지난 앨범과는 달리 정말 단순하고도 멋지게 멜로디를 뽑아낸다...
올해 하반기는 '최신 음악'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아져서 비교적 최신의(보통 2010년 이후?) 음악들을 많이 찾아 들었다. 주로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거하게 벌이는 유명한 뮤지션들 위주로만 듣던 나였기에, 이런 새로운 뮤지션들의 음악은 신선했고, 한편으로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적 조류가 느껴졌다. 2000년대 초반에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과 포스트록이 유행했고, 중반에는 댄서블한 음악이 유행했다면,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중반부터 치고 올라온 사이키델릭, 드림팝, 슈게이징, 칠웨이브(사실 이 장르의 정확한 정의는 아직도 모호하다) 등을 전면이 아닌 내면에 내세우우면서 자신들의 개성을 어필하는 소위 '미국 인디 록'스러운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다.(확실히 록에 있어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미국이 영국..
생각해 보니까 한 앨범에 대해 평을 길게 쭉 쓰는 게 가끔은 그 앨범에 대한 '감상'을 오히려 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평을 길게 쓰는 것이 가능한 앨범들이 특이하다는 느낌도 들고. 고로 이번에는 그냥 내가 요즘 듣는 앨범들을 짧게짧게 언급하는 정도로 해야지. Emperor Tomato Ketchup (1996) - Stereolab 영국산 포스트록 1세대의 대표주자. 그리고 그런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 포스트록 1세대가 그야말로 '록'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별로 록이라는 느낌도 안 들고, 프랑스인 멤버가 있어서 그런지 약간 샹송 삘 나는 매끈한 팝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온갖 장르나 사운드 소스들을 뒤섞는 앨범들은 대부분 대충 '얘네..
The Walkmen은 가을에 꽤나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한다. 이들의 음악은 꽤나 청량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한 느낌도 준다. 이 앨범은 이들의 그런 정서가 가장 극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면모 때문에 비교적 쉬어가는 느낌이 강한 이들의 후속작 보다 먼저 이 앨범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들은 넓게 바라보면 200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Post-Punk Revival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 하지만 Post-Punk라는 장르 자체가 Rock의 수많은 장르들 중에서도 가장 다양성이 넘쳐나는 장르임을 감안할 때, Post-Punk Revival이라는 장르명은 그저 이 밴드의 비교적 미니멀한 사운드를 비롯한 몇몇 요소들을 수식하는 설명에 불과하다. 이 앨범..
처음에는 Muse의 신보가 나오는 데로 '10번 정도 후딱 들어보고 바로 글 한번 써 봐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작 글을 쓰는 시점은 상당히 늦어졌다. 사실 최근 별로 음악을 듣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다시 말하면 내가 본격적으로 외국 음악을 수용하게 되는 계기였던 Muse가 그만큼 내게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그저 Muse의 감성만을 죽어라 좋아하던 (이들이 3,4집을 내던 시절일 것이다) 시절에 비해서는 조금은 냉소적인 글을 적게 될 것 같다. 뭐 표면상 '리뷰'라는 태그를 달기는 하지만 일단 이 글은 객관적인 리뷰라기보다는 나의 주관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긴 하므로 이 글을 그렇게 깊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처음 이 앨범을 듣고 느낌 감상은 '난잡하..
신스팝이라는 장르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어떤 식이었던 간에 대중음악에 새겨진 수많은 자취 중 그들의 자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Pet Shop Boys는 충분히 대단한 그룹이다. 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한때 신스팝의 제왕으로 군림하기도 하면서 여러 앨범들을 내 왔고, 어느덧 이 앨범은 정규작으로면 무려 11번째 앨범이다. 전작 'Yes'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Pet Shop Boys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하여 그들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다시 알린 앨범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이들이 그 성공을 계속 이어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그 기대는 다시 한번 뒤엎어졌다. 이번 앨범은 'Yes'보다는 오히려 'Release'나 'Fundamental'에 가까운 조용조용한 스타일을 구..
1990년대에 가장 큰 히트를 친 음악 조류는 두말할 것 없이 Nirvana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붐이었을 것이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하나 있는데, 바로 'Post-Punk Revival'이 그 흐름이다. 이는 말 그대로 몇십년 전 유행하던 포스트 펑크나 개러지 음악들의 부활을 뜻하며, 90년대와 마찬가지로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배출되고, 말 그대로 시대를 지배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짧고 굵게 갔다는 것까지 얼터너티브 붐이랑 똑같다.) Interpol은 이 Post-Punk Revival을 이끌었던 밴드 중 하나이다. 이 시기의 주역들로는 The Strokes, White Stripes을 비롯하여 여러 그룹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Interpol을 가장 좋아하..
Washed Out은 우리 나이로 28 정도 된 미국 조지아 주에 기반을 둔 석사학위 소지자이자 실업자인 Ernest Greene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이 사람은 2007년부터 순전히 재미로 자신이 만든 음윽들을 MySpace에 하나 둘 올리면서 그 이름을 알려 어느덧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전 세계를 오가는 뮤지션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과 인디 뮤지션 편애주의의 끝판왕 피치포크의 수혜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이런 장르의 음악을 흔히 말하는 '록'이라는 범주의 음악들에 비해서 많이 접해보질 못했다. 그래서 흔히 내가 감상평에 적어대는 '이건 누구의 영향을 받았고 이건 어느 스타일이고...' 라는 말을 할 만한 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뭐, 어떻게 보면 다른 걸 다 떠나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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