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처음에는 Muse의 신보가 나오는 데로 '10번 정도 후딱 들어보고 바로 글 한번 써 봐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작 글을 쓰는 시점은 상당히 늦어졌다. 사실 최근 별로 음악을 듣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다시 말하면 내가 본격적으로 외국 음악을 수용하게 되는 계기였던 Muse가 그만큼 내게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그저 Muse의 감성만을 죽어라 좋아하던 (이들이 3,4집을 내던 시절일 것이다) 시절에 비해서는 조금은 냉소적인 글을 적게 될 것 같다. 뭐 표면상 '리뷰'라는 태그를 달기는 하지만 일단 이 글은 객관적인 리뷰라기보다는 나의 주관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긴 하므로 이 글을 그렇게 깊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처음 이 앨범을 듣고 느낌 감상은 '난잡하다' 였다. Muse라는 밴드는 데뷔 이래로 꾸준하게 이런저런 장르들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영역 안에 넣으려는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4~5집 무렵 이들의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원숙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굳히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그치지 않고 심지어는 현존하는 가장 최신의 '성공 장르'인 덥스텝까지 끌어들이려 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장르 융합 시도가 Muse 자체의 색을 지워버리는 수준에 도달했고, 융합에 사용된 소스나 그 방식도 일관되지 못해 이 앨범 전체를 난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금 지나쳐서' 색이 지워졌다는 면에서는 Coldplay 5집과 비슷할지도 모르나 최소한 그 앨범은 일관된 변화를 보여줬기에 다르게 보면 실질적인 'Coldplay 2기' 사운드의 완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명색이 올림픽 주제가까지 부탁받는 Muse인 만큼 각각의 곡들의 질은 준수하다. 주로 미는 곡인 'Madness'는 이들의 데뷔 시절과 전혀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었음에도 Muse의 느낌이 들게 하는 곡이고, 9번 트랙 'Big Freeze'는 내가 생각하는 Muse의 영역을 훨씬 더 넓히게 만들어주는 곡이었다. 이 외의 곡들도 앞서 말한 곡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5집 스타일의 연장선에서 이런저런 실험들을 한 곡들이다. 그냥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모든 곡들을 싱글로 떼어서 보면 4집의 'Invincible'의 재탕 같은 8번 트랙 'Explorers', 그야말로 어떤 개성도 안 느껴지는 10번 트랙 'Save Me'나 Muse를 따라한 Dream Theater를 따라하는 것 같은 (좀 웃기는 말이긴 한데 정말이지 멜로디가 Dream Theater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이다) 11번 트랙 'Liquid State' 정도를 빼면 그래도 Muse표 음악이고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은 준다. 다만 문제는 그 '느낌'이 너무 넓게 혼재되어 있어 앨범 전체로서의 일관성은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에 울려퍼졌던 'Survival' 의 경우는 차라리 이 앨범에서 빠지는 것이 앨범 전체의 통일성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을 정도로 앨범에서 벙 떠있는 곡이다. 곡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물론 애초에 '싱글 모음집'으로서 계획된 앨범이었다면 반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4집 이후의 Muse가 항상 그렇듯이 이번 앨범도 '열역학 제 2법칙을 차용한 디스토피아' 정도의 컨셉이 앨범 전체를 가로지르는 주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Survival 제외)
다른 측면으로, 이 앨범은 이들에게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자의식 과잉'라는 잠재적 불안 요소가 드디어 폭발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확실히 5집부터 이들은 대중과의 거리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고, 대중들에게 먹히는 음악보다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에 주력하는 경향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문제는 '다양한 장르들을 잘 버무려서 대중들에게 먹히는 음악을 만드는 능력'이 Muse의 가장 강력한 카드이자 어쩌면 유일한 카드라는 것이다. 이들은 5집에서는 이 카드를 버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버리지는 않았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 와서는 이 카드를 버리는 모험까지 감행했다. 문제는 이 모험이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계속 새로운 소스들을 끌어오는 데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작 예전에 쓰였다가 버려지는 소스들은 얼마 없다) 요리로 따지자면 '맛있는 요리'라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비싼 요리'의 느낌이 강해졌다. 그리고 소스가 너무 많다 보니 이를 한 앨범에 골고루 담을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앞에서 말한 '난잡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자의식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들 스스로가 본인들의 성공 요인을 잊어버리는 결과를 내었다.
정리하면 조금 더 곡들을 세밀하게 세공하고 세심하게 곡들을 선정했으면 더 좋은 앨범이 될 수 있었을 앨범이나,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Muse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실험한 요소들을 정리하는 데에 주력했으면 좋겠다. 본인들은 정말 고심해서 만든 앨범이고 아마 지금도 새로운 창작욕에 불타올라있을지 모르나, 이들에게는 조금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들은 어쨌건 간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고, 정규작을 6장씩이나 냈으니 그 정도의 여유는 모두가 허락할 것이다.
앨범의 타이틀 격인 'Madness'. 매튜가 여친이랑 싸우고 만든 노래라나?
이 곡과 이들의 초창기 노래를 비교하면 세월의 흔적(...)과 이 정도의 변화 속에서도 'Muse스러움'을 지킨 이들이 대단한 것 같긴 하다.
이번 앨범 트레일러로 쓰였던 곡.
새로운 소스들이 약간 들어갔단 점을 빼면 5집의 연장선상에 놓인 곡이다.
'음악적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들은 앨범들. (0) | 2012.11.23 |
---|---|
Lisbon (2010) - The Walkmen (0) | 2012.10.24 |
Aphex Twin (0) | 2012.10.03 |
Bittersweet Symphony (1) | 2012.09.26 |
Elysium (2012) - Pet Shop Boys (0) | 2012.09.21 |
- Total
- Today
- Yesterday
- Right Words
- acoustic fire supression
- 세월호
- 한스 요하힘 슈퇴리히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 Chvrches
- Tame Impalar
- NECIS
- reflektor
- 소리바람소화기
- 국민안전처
- 음악
- 잔혹영화
- third eye foundation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The xx
- 세계철학사
- 국제교류
- Right Thoughts
- 아이유
- 국가지진종합정보시스템
- Arcade Fire
- Youth Exchange Program
- 리뷰
- 한아세안
- My Bloody Valentine
- 무한도전
- 무한도전 가요제 논란
- 청소년단체협의회
- ASEAN-KOREA Future-Oriented Cooperation Project : Youth Exchange Program.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