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음악적 취향

Lisbon (2010) - The Walkmen

Loomer 2012. 10. 24. 00:44




 The Walkmen은 가을에 꽤나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한다. 이들의 음악은 꽤나 청량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한 느낌도 준다. 이 앨범은 이들의 그런 정서가 가장 극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면모 때문에 비교적 쉬어가는 느낌이 강한 이들의 후속작 <Heaven>보다 먼저 이 앨범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들은 넓게 바라보면 200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Post-Punk Revival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 하지만 Post-Punk라는 장르 자체가 Rock의 수많은 장르들 중에서도 가장 다양성이 넘쳐나는 장르임을 감안할 때, Post-Punk Revival이라는 장르명은 그저 이 밴드의 비교적 미니멀한 사운드를 비롯한 몇몇 요소들을 수식하는 설명에 불과하다. 이 앨범은 앨범을 구성하는 재료들 그 자체가 신기한 것도 하니고, 재료들의 조합 방식이 혁신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쓰고 있는 재료가 새로운 것은 아니어도 공산품이기 보다는 '특산품'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 조합이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정석적인 방법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인다. 그렇기에 이 앨범에서 딱히 새로운 무언가를 굳이 찾으려 들 필요는 없고, 사운드가 어쩌고 저쩌고 같은 분석적인 글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정석적으로 내보일 뿐이니까.


 이 앨범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문학 작품 수준으로 극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것이다. 마치 빛 바랜 종이에 쓰여진 오래된 소설책을 다시 읽으며 추억에 젖는 기분이랄까? 이 앨범은 이들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한 곡 한 곡의 기승전결이 화려하다. 그리고 이는 흔한 Post-Punk Revival 밴드의 보컬들처럼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도 정말 폭발력이 강한 보컬 덕분인 것 같다. 물론, 이런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밴드 사운드의 연출력 자체도 훌륭하다.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힘든데, 들어보면 딱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특히 편한 느낌을 강조한 후속작 <Heaven>과 비교하면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P.S 이들과 The National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넓은 의미에서 Post-Punk Revival의 영향을 받았고, 둘 다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고유의 영역이 확실하며, 둘 다 우직하게 성장해나가는 대기만성형 밴드이기도 하다. 다만 The National이 흑백사진을 연상시킨다면, 이들은 세피아 톤의 사진을 연상시킨다. 따지고 보면 이런 옛스러운 느낌도 비슷하다고 할까나.




1번 트랙 Juveniles 라이브. 


'음악적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An Awesome Wave (2012) - Alt-J  (0) 2012.11.30
요즘 들은 앨범들.  (0) 2012.11.23
The 2nd Law (2012) - Muse  (0) 2012.10.12
Aphex Twin  (0) 2012.10.03
Bittersweet Symphony  (1) 2012.09.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