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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취향

요즘 들은 앨범들.

Loomer 2012. 11. 23. 23:09

 생각해 보니까 한 앨범에 대해 평을 길게 쭉 쓰는 게 가끔은 그 앨범에 대한 '감상'을 오히려 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평을 길게 쓰는 것이 가능한 앨범들이 특이하다는 느낌도 들고. 고로 이번에는 그냥 내가 요즘 듣는 앨범들을 짧게짧게 언급하는 정도로 해야지.




Emperor Tomato Ketchup (1996) - Stereolab


 영국산 포스트록 1세대의 대표주자. 그리고 그런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 포스트록 1세대가 그야말로 '록'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별로 록이라는 느낌도 안 들고, 프랑스인 멤버가 있어서 그런지 약간 샹송 삘 나는 매끈한 팝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온갖 장르나 사운드 소스들을 뒤섞는 앨범들은 대부분 대충 '얘네들은 누구랑 좀 비슷하네'라는 느낌을 주곤 하는데, Stereolab은 그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여러 장르들이나 사운드 소스들을 그야말로 '재료'로만 활용하는 폭풍간지를 선보인다. 되게 매끈한 팝인데, 속을 들춰보면 무서운 내공이 담긴 앨범. 괜히 '포스트' 록이 아니다.




Entorducing.... (1996) - DJ Shadow


나는 트립합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브리스톨 사운드를 제외한 트립합의 대표주자라는 DJ Shadow를 처음 접한 것도 그냥 트립합이라는 이름표 때문이었고. 이 앨범이 힙합, 더 나아가면 일렉트로니카 전체에서 '역사적인' 앨범이라는 것도 일단은 이 앨범을 듣는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결론은 위의 Stereolab 앨범만큼이나 대만족. 나에게는 곡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특유의 분위기 자체로 어필하는 앨범들이 있는데, 이 앨범이 그런 부류인 것 같다. 굳이 브리스톨 사운드와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DJ Shadow는 트립합의 기원이 힙합이라는 걸 조금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 정도? 





Dreamtalk (2012) - 3호선 버터플라이


오랜만에 돌아온 3호선 버터플라이. 위의 두 앨범을 듣던 시점과 타이밍이 겹쳐서 좀 밀리긴 했지만,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게 들은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앨범은 상당히 다채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 전작들에서 항상 보이던 Sonic Youth의 그림자를 이번에 드디어 떨쳐낸 것 같다. 아무래도 똑같이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시절의 얼터너티브 음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출발했다는 점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는 허클베리핀과 비교되는데, 허클베리핀이 꾸준함으로 승부한다면 3호선 버터플라이는 하나의 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 '틀' 자체가 꽤 넓어진 것 같고.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와 <J Says>가 특히 좋았다. 이들은 이렇게 늘어지는 음악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Dos! (2012) - Green Day


 American Idiot 이후로 스케일 큰 앨범 만드는 것에 맛들린 Green Day. 지난번부터 시작된 3부작 앨범은 이들이 초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인 것 같다. 아니, 그냥 다 제치고 어느 때보다 자신들이 즐기면서 앨범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다만, American Idiot 식의 펑크와 극적인 요소의 조합에 끌렸던 나로서는 이번 3부작이 조금 심심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초기 시절의 느낌이 강했던 1부에 비해 개러지 록 의 영향으로 보다 '날 것'을 추구하는 이번 2부는 듣는 것이 즐거웠다. 다만, 내 성향상 펑크라는 장르 자체가 내 귀에서 '굵고 짥게 간다는' 점이 이 앨범에 있어서는 악재일 뿐.





 사실, 계속 무언가를 귀로 흡수하고 흡수하는 것에 질려서 최근에는 음악 자체를 별로 듣지를 않았다. 평소라면 최소한 네이버 오늘의 뮤직에 뜨는 앨범들은 싱글 하나 정도는 다 듣는데 한 달 전쯤부터는 그러지도 않았고. 지금은 내 귓속이 좀 무거운가 보다. 무언가를 생산함으로써 좀 쏟아내거나, 아니면 좀 소화시키거나 해서 조금 비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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