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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가장 큰 히트를 친 음악 조류는 두말할 것 없이 Nirvana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붐이었을 것이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하나 있는데, 바로 'Post-Punk Revival'이 그 흐름이다. 이는 말 그대로 몇십년 전 유행하던 포스트 펑크나 개러지 음악들의 부활을 뜻하며, 90년대와 마찬가지로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배출되고, 말 그대로 시대를 지배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짧고 굵게 갔다는 것까지 얼터너티브 붐이랑 똑같다.) Interpol은 이 Post-Punk Revival을 이끌었던 밴드 중 하나이다. 이 시기의 주역들로는 The Strokes, White Stripes을 비롯하여 여러 그룹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Interpol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Interpol의 특징을 한마디로 나타내면 '차도남 스타일의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이들 본인이 공연에서 항상 정장을 입는다.) 일단 Joy Division의 색채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한 고딕 스타일의 어두움이 앨범 첫 곡부터 청자를 말 그대로 폭격하며, 그 와중에 폴 뱅크스는 질질 짜기보다는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노래한다. 특히나 이 첫 곡이 임팩트가 강해서 앨범을 처음 듣던 시절에는 그냥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나곤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바로 이 앨범 첫 곡 'Untitled'를 들어보라. 이 외에도 대부분의 곡들이 정장이 어울린다는 말이 어울리는 '정갈함'이 느껴지면서도 펑크의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말 그대로 차가운 도시 남자의 앨범이라고 할까나. 특히나 'NYC'나 'Obstacle 2' 같은 트랙들이 정말 이런 느낌의 끝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미국스럽기보다는 영국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리하면 Joy Division을 좀 더 펑크스럽게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앞에서처럼 이런저런 스타일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 앨범에는 청중을 압도하고 감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이 앨범이 주는 분위기가 대단한 나머지, Interpol은 단지 Post-Punk Revival뿐만이 아니라 Interpol이라는 이름 그 자체로서 현재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물론 그들 위에는 Joy Division이라는 선구자가 있다.) 최근 들어서도 이들이 가진 '차도남' 스타일의 정서를 가진 밴드들이 도처에서 출몰하고 있고, 예전에 소개했던 The XX는 어떻게 보면 Interpol의 미니멀한 버전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다만, Interpol 본인들의 행보가 앨범을 내면 낼수록 안습해져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실, 이런 스타일로 앨범을 3장 이상 히트시킨 그룹이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전무하다. 전혀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Joy Division조차도 정규 앨범은 2장에 불과하다.) 특히나 2010년에 냈던 4집은.....-_-;; 그냥 조금 길게 쉬고 재충전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 결국 이들은 2011년 이후로는 재충전을 위해 휴지기를 갖고 있다.
이 외에도, Interpol은 내 음악 취향에 있어서 한 분기점이 된 그룹이기도 하다. 주로 90년대에 머물러 있던 내 음악적 취향을 2000년대와 그 이후로 당겨 줄 수 있었던 그룹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이후로 나는 2000년대에 새로이 등장한 그룹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메타크리틱, 피치포크와 같은 외국 평론 사이트들도 출입하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오히려 이런 평론들의 틀을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
P.S 한편으로는 Interpol은 내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Interpol 1, 2집이 막혀 있다. 뭐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우리나라 음악계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멜론과 엠넷 같이 음악 시장에 대한 고찰 없이 철저하게 기업적인 마인드로만 시장에 접근하는 대기업을 뿌리로 두고 있는 대규모 음원 포털들이다.
Interpol 최고의 싱글 중 하나로 불리는 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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