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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07~2008년 무렵 폭발한 한국 인디 신의 본격적인 '2세대' 그룹들 중에서도 가장 넓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룹 중 하나이다. 아니, 이 2세대들의 붐을 직접 지켜본 입장에서는 이 붐의 시초와도 같은 그룹이 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이다. 같은 세대에 해당하면서 비슷한 레벨로 '시끄러운' 국카스텐에 비해 라이브 지향성이 매우 강한 밴드이기에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일은 더 적었지만, 분명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국카스텐보다 훨씬 더 받아들이기 쉽고, 더 대중적이며, 더 한국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크라잉 넛이 10년 넘도록 가지고 있는 '대중과 가장 가까운 시끌시끌한 음악인'의 이미지를 넘겨받기에 가장 적합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아직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이룬 성과가 크라잉 넛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어느덧 꽤 나이가 들은 크라잉 넛이 아직까지도 잘 해주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 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3번째 앨범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 왔었다. 그리고 발매된 앨범을 들어보니, 그 예측은 절반 정도는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일단 갤럭시 익스프레스 본인들도 이번 앨범을 일종의 터닝 포인트로 생각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앨범 타이틀부터 시작해서, 항상 고질병 혹은 태도 문제('Live'의 개념에 대한)로 지적 받던 앨범의 질 문제를 이번에 드디어 해결했으며, 정말 만드는 대로 다 싣는다는 인상이 강하던 전작들에 비해 10곡이라는 적은 숫자에 다양한 장르를 담으려고 애썼다는 것은 이번 앨범의 제작을 꽤나 고심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확실히 '질' 자체는 이전 앨범들에 비해 정말 진일보했다. 어쩌면 이러한 시도들은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뮤지션이 다소 비타협적이던 기존의 모습에서 대중들에게 좀 더 손을 내밀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시도 자체는 환영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녹음 퀼리티가 올라간 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듣기 편해졌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음악'을 놓고 이번 앨범을 살펴보자. 애초에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냥 '즐겁고 살아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인지라, 이들을 어떤 장르의 틀에 넣어서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개러지 록 성향이 강했던 1집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날 것'의 이미지는 이번 앨범에서 조금은 순화되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앨범으로 들으니까 순화된 것일 뿐이며, 라이브에서의 위용은 여전하다고 하더라. (나는 아직 3집 라이브는 들어보지 못했다) 확실히 <호롱불>이나 <그 날처럼>과 같은 곡은 1집 초반에 넣어도 큰 문제가 없을 곡이다. 다만, 이들이 바뀐 부분은 조금 더 섬세해졌다는 것 정도. 1집이나 2집 시절보다 곡 하나하나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2집 시절 <요즘 개들은 짖지 않는다>와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같은 앨범에 있기에는 꽤 이질적인 느낌을 줬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번 앨범에서의 <호롱불>과 <언제까지나>는 한 앨범에 들어갈 만 하다는 느낌을 준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음악 자체를 확 바꿨기보다는 그들의 음악에 과거에는 없었던 세밀한 손길을 가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다만, 음악 자체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발전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크라잉 넛과 비교했을 때 갖는 가장 큰 단점은 대중들에게 널리 어필하는 히트 싱글이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들에 비하면 싱글로서 히트할 수 있는 곡들이 확실히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히트 싱글'로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히트 싱글이 이들만의 능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아직까지도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밴드가 너무 정공법만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순수하게 음악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라이브로서 어필하는 자세 자체는 정말 존경받을 만 하지만, 이들보다도 더 비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국카스텐이 더 유명하다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본인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서도.
결과적으로 1집에서 2집으로의 과정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뮤지션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날 것'은 공연장에서 찾으면 그만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이들은 더 이상 '탈진 록큰롤' 밴드는 아니게 되었으나, '탈진 로큰롤'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믿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집단 자체가 애초에 음악적인 완성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 아닌 만큼, 이런 식으로 꾸준히 굴곡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투톱으로 미는 것 같은 다른 싱글 <언제까지나>. (언제부턴가 <너와 나>는 잘 안 미는 듯 하다.)
미국 투어 시절 모습을 잘 담아낸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들도 이런 음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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