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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기보다는 거의 1달을 포괄하는 수준이지만 뭐.
유예(2012) - 9와 숫자들
나는 확실히 어쿠스틱 취향은 정말 아닌가 보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의 1집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후보에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정규 앨범도 아니면서 이 정도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이건 결국 재정적인 문제라 어쩔 수 없겠지만) 믹싱/마스터링의 질이 최근 앨범들 치고 좀 떨어진다. 내가 사운드 엔지니어링 수업을 들어서 듣는 귀만 높아져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Visions (2012) - Grimes
이런 스타일의 보컬을 한 때 매우 싫어했던 나이지만, 취향은 결국 변하긴 하나 보다. 결정적으로 그 '앳된' 목소리가 본인의 생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에서 많이 누그러졌다. 앨범 전체는 그냥 무난무난한 것 같고, 몇몇 싱글들이 튀는 전형적인 '좋은 앨범' 수준인 것 같다. 아무래도 Grimes 본인이 K-Pop의 영향도 좀 받은 탓인지 노래가 꽤 편하게 들린다. 여담으로, 우리나라 걸그룹들이 지금 나오는 좋은 싱글들의 퀼리티와 Grimes가 갖는 뮤지션스러운 태도를 잘 섞는 것에 성공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잘 먹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앨범 커버는 참 내용이랑 매치가 안 된다....
Until the Quiet Comes (2012) - Flying Lotus
이런 류의 뭔가 '심오한' 느낌을 주는 음악은 아직까지는 곡 하나 하나를 뜯어본다는 느낌보다는 앨범 전체가 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음악을 듣게 되고, 훅이나 멜로디를 찾기보다는 그냥 순간 순간의 분위기에 초점을 두어 그저 음악을 '흘려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참 매끄럽게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을 괜찮았다. 내가 이런 약간 음침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 앨범의 장르나 스타일 같은 것을 따지기에는 내가 내공이 부족해서 아직 힘들고, 그냥 앨범 커버처럼 우주 한가운데에서 비단천이 펄럭이며(우주 공간에서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멀어져 가는 느낌은 충분히 잘 받은 것 같다. 솔직히 곁에 끼고 듣을 음반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손을 뻗어 들을 음반이기도 하다.
m b v (2013) - My Bloody Valentine
한 때 정말 열심히 들었고, 노이지한 음악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인 My Bloody Valentine의 무려 22년만의 신보. 뭐 노장 뮤지션이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인 만큼 Loveless 시절 수준의 엄청난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 스타일이 지금은 한물 간 스타일이기도 하고. 뭐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앨범은 적당한 수준에서 변할 건 변하고 남길 건 남긴 앨범인 듯 하다. Loveless에 비해 앨범 전체적으로 착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고, 아무래도 록 중심으로 흘러갔던 리듬은 22년 사이에 나온 여러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비트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조금은 다채로워졌다. 노이즈의 폭격은 여전하지만, 쏟아붓는 노이즈의 종류는 좀 다양해졌다.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을 위해 '팝'으로도 듣기 꽤 좋았던 전작에 비해 약간 위의 Flying Lotus 앨범처럼 '심오한' 단계로 들어가버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것저것 한다고 앨범 전체가 난잡해진 감도 있고. 그래서인지 '듣기 좋은 노래 혹은 앨범'으로서의 매력은 전작보다는 좀 떨어진다. 뭐 결국 이 앨범도 케빈 쉴즈가 나르시즘에 빠져 자학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고, 이제 얘네들도 과거의 명성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 만큼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겠다만. 아무튼 그냥저냥 '조금' 다른 My Bloody Valentine을 즐기기에는 정말 괜찮은 앨범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Loveless보다 더 좋다고 느껴지는 순간들도 몇 군데 있었다.
Swing Lo Magellan (2012) - Dirty Projectors
나는 왜 이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위의 My Bloody Valentine 신보도 요즘은 나온지 반 년 정도 된 이 앨범에 묻혀서 잘 안 듣고 있다. 확실히 나는 이런 식의 '조금 빙 돌아가는 팝' 스타일이 취향인가 보다. Animal Collective의 딸기잼 앨범처럼. 전반적으로 이번 앨범은 이들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던 전작 Bitte Orca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평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중적인 코드가 더 강한 이 앨범이 내게 있어서는 더 좋게 느껴진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리듬 파트에 있는 것 같다. 그냥 멜로디만 놓고 보면 '어 괜찮네' 수준에서 끝날 곡들을 전혀 매치되지 않을 것 같은 비트들로 채워 이들만의 색을 만드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느 노래는 누가 부르고, 다른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부르고 뭐 이런 식으로 얼핏 보면 혼란스러운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가 한 팀의 것이라 느껴지는 통일성도 이들의 매력인 것 같고. 뭐 아무튼 요즘은 이들에게 버닝 중.
대충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앨범들은 이 정도인 것 같다.
유예 앨범도 혹평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혹평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는 들었다.
앞으로 기대되거 들을 예정인 것들은(몇몇은 이미 음원이 대기 중) 대충 클래지콰이, Flaming Lips, Foals, Jam City 정도.
막 예전처럼 음악을 헤비하게 듣는 건 좀 피곤해서 한동안은 그냥 내 귀에 소식이 들려오는 것들만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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