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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출마했다.
지금의 심정은 '어 출마했네?' 정도.
안철수가 큰 패이긴 하지만, 그 혼자만으로 대통령은 될 수 없을 테니까.
내가 정치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선거를 하는 입장에서 정치를 그렇게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에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지식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각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보통 피선거자는 어찌 되었건 간에 '공약'으로 평가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최소한 국회의원 선거, 도지사 선거 정도의 레벨이라면 맞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생각은 대통령이라는 스케일로 가면 썩 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워낙 큰 판이기도 하고, 안철수라는 존재가 김영삼 시절 이후로 쭉 이어져 오는 전형적인 대선 구도를 깨뜨릴 존재인지, 아니면 예전의 정몽준처럼 결과적으로 개인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에 쓰일 지 등등...... 뭐 그래서 생각보다는 이것저것 볼 거리도 많고, 생각해야 할 거리도 많을 선거가 될 것 같다. 처음으로 하게 되는 대통령 선거인 만큼 후회 없을 만큼은 알아보고 정리한 다음에 찍을 생각.
혹자는 안철수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능구렁이 같다고 되게 싫어하고 까는데, 나는 어찌 되었건 간에 이건 영리한 것이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성급한 몇몇 사람들의 정서에 맞지 않았을 뿐. 안철수가 뭐 말만 하면 '출마'라고 거의 못박듯이 보도하는 통에 나는 언론을 되게 혐오하게 되었다. 이제 정치권 관련 기사는 서너 종류의 신문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내가 신문에서 본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지 않게 되었다. 다만, 지금의 안철수를 이렇게 거대하게 만든 것은 결국 언론의 설레발 때문인 것 같기도 해서 조금 아쉽다. 어찌 되었건 간에 안철수는 언론의 주목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된 것 같고, 이것이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으니까.
사실, 개인의 호기심으로서 이상주의적인 입장만 파고든다면 안철수가 꼭 대통령이 되지는 않더라도, 지지부진한 여야 구도를 하루빨리 깨부숴줬으면 좋겠다. 특히나 그 존재 자체로 진보 계열 정치인들의 입성 자체를 막고 있다고 생각되는 민주통합당(내가 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양성의 측면에서.)은 솔직히 언젠가 적당한 시점에 붕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그게 사라지면 기득권을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세력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민주통합당이 막는 건지 돕는 건지 의문스럽긴 한데) 지금 뻥 사라져 버리면 그것도 애매하고. 뭐 이래서 정치판이 귀찮고 어려운가 보다. 이런 생각 외에도 안철수가 비록 온전한 이공계인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쪽과 무관한 사람은 아닌 만큼, 최소한 그가 정치권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서 이공계인 출신 정치 리더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을 조금이라도 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공계 출신 리더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공계 처우가 열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근혜도 있다고 하겠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배우는 단계'에 불과한 학사만 가지고는 '이공계'로 쳐줄 생각은 없다. 그녀가 이쪽 관련 일을 맡아 열심히 한 경력이 있다면 또 모를까.)
아무튼 안철수가 출마한 만큼, 정말 결과과 뻔했던 지난 대선보다는 조금 재미있어질 것 같다. 후보 단일화니 뭐니 하는 것들은 일단 제쳐둔 체 나는 현재의 상황만을 갖고 판단하고 싶고, 가설의 범주에 드는 어떤 이야기도 믿고 싶지 않다. 그냥 현 상황만 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고, 내게 이런저런 생각들과 고민들을 안겨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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