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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밴드2가 드디어 끝났다. 이 곳이 솔직한 공간인 만큼 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이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나 슈퍼스타 K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 쓰레기 프로그램이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조금 풀어서 말하면 '본격적인 밴드 음악의 부활'이라는 의도도 시대착오적이었으며, 그 의도조차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풀어서 적어봐야겠다.
1. 우선은 의도가 시대착오적이다. '밴드 음악'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음악 그 자체보다는 '연주력'이나 '라이브'에 중점을 둔다는 소리이다. 일단 연주력이 음악의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70년대에 섹스 피스톨즈가 나왔을 때부터 무참히 깨진 지 오래이다. 단 3개의 코드만으로 그래미를 차지한 Foo Fighters의 The Pretender는 뭘로 설명할 텐가.(어쨌건 간에 그래미가 권위있는 상인 것은 분명하니까) 연주를 잘 한다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지 음악을 잘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연주력이 부족하다고 떨어지는 밴드들이 나오던 시점에서부터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그냥 글러먹은 거다.
2. 그냥 연주력만으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결정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의도' 측면에서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라 '300초 슬라이딩'이라는 괴상한 미션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참가한 대부분의 팀들이 이 룰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든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룰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을 담당한 사람들이 '밴드 음악'이라는 것의 범위를 상당히 지엽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도대체 밴드 음악과 제한 시간 내에 무대 세팅을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이런 룰이라면 기타에 잼베만 있으면 되는 10cm가 드럼 키트만 어마어마한 Dream Theater를 그냥 발라버릴 수 있다. (어느 쪽의 음악이 더 낫다라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미션은 '음악'의 어떤 부분도 평가하지를 못하고 있다.
3. 이번에는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확실히 연주력에 비해 라이브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이 안 좋으면서 라이브를 잘 하는 뮤지션들이 있어도, 라이브를 못 하면서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확실히 드문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판을 너무 라이브 위주로 끌고 간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라이브와 비슷한 비중으로, 때로는 라이브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곡' 그 자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너무 간과하고 있다. 시즌 1 우승팀인 Toxic이 최근 앨범을 내놓았는데, 이 앨범이 버스커 버스커에 비해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반증이 되려나.
4. 아무튼간에 라이브가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포인트라 치자. 그런데 문제는 라이브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놓고는 그 라이브를 정작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주력이나 라이브를 살리는 밴드 음악을 다룬다고 지들 입으로 말해놓고서는 나는 가수다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질을 보여주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대부분 가수+연주자의 구도를 가진 나는 가수다와 달리 팀웍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팀'이고, 연주력을 떠나 본인들의 색깔로 편곡하거나 연주하는 능력은 대부분 나는 가수다의 가수+연주자 조합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그 '라이브'가 나는 가수다만도 못하다면 이건 도대체 누구의 문제인 것인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뮤지션이 직접 비판했을 정도면 말 다했다. 확실히 이는 Top밴드2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5. 이런 문제점들을 갖고 있더라도 방송 자체를 잘 만들었으면 어쨌건 간에 성공할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도 못했다. 다 떠나서 상식적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음악을 중간에 잘라먹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팀의 수가 많던 초반에만 있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편집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작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최소한 참가한 모든 팀들의 무대를 편집 없이 제대로 쭉 보여줬어야 한다. 이건 방송이고 뭐고 떠나서 참가한 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식으로 편집을 한다고 해서 정작 얻은 것은 또 없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은 참가한 팀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었으니까.
이 아래는 비판도 비판이지만 아무래도 내 개인적인 바람이 조금 많이 섞여 있는지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은 생각.
6. 일단 나는 음악을 '평가'한다는 개념 자체를 되게 싫어한다. 어느 한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음악이 다른 음악보다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다거나 하는 개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팀들을 불러놓고 우수수 떨궈버린 이 프로그램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M Countdown 같은 프로그램에서 매기는 순위는 빌보드 차트처럼 어째어째 '인기도'의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수수 떨어진 뮤지션들은 도대체 왜 떨어진 것일까? 차라리 M Countdown마냥 인기도로 평가했다면 납득하기라도 했을 텐데, 소수의 심사위원의 평만으로 누구는 떨어지고 누구는 올라가는 것이 나는 정말 싫었다. 확실히 신대철, 김경호, 유영석, 김도균은 나보다 경험도 풍부하고 들은 음악의 영역도 훨씬 넓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전문가라고 해도 그들도 각자 좋아하는 음악과 싫어하는 음악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다. 90년대에 조금 날렸던 음악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임진모가 일렉트로니카에는 전혀 맥을 못 추고 있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나는 이들이 좋아한 팀은 살고 그렇지 못한 팀은 떨어졌다고밖에 생각을 못하겠다. 초반에 터졌던 프렌지에 대한 논란만 해도 심사위원의 포스트록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이쯤 되서 내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았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저런 문제점들을 가진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다면 록음악(참가팀들의 대부분은 록음악이었으니까)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기괴하게 뒤틀어 버렸을 테니까. '본격적인 밴드 음악의 부활'은 무슨. 오히려 말아먹을 뻔했구만.
P.S 이 글은 프로그램의 기획에 대한 부분만을 다루려고 애썼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뮤지션들의 실력이나 목적, '좋은 음악'에 대한 판단 같은 것은 가능하면 다루지 않았다. 이는 너무나도 주관적인 것이니까. 그래도 굳이 한 마디 하면, 공중파에 출연해 뜨고 싶다면 일단 공중파에 뜰 만한 거리, 즉 그럴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몰개성한 후크송을 양산하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장기하나 국카스텐이 TV에 나올 수 있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음악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이라는 상상히 기형적인 음악 시장도 한몫하기 때문에 마냥 뮤지션들을 탓할 바는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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