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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작곡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름 이 쪽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평소에 잘 챙겨보지 않던 생방송을 챙겨볼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음원이 나오고, 그 음원들이 기존의 가요들을 밀어내고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또 이런저런 논란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기사) 대중음악에 대하여 최대한 넓으면서도 나만의 개성있는 가치관을 확립하고 싶은 것이 내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한 지라, 이번 현상에 대해 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확실한 것은 박명수가 내놓은 노래들은 절대 '음악'으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라는 네임 벨류로 평가받았다는 것이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박명수가 이런 쪽의 일에 아주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내놓은 노래들은 촉박한 제작 기간과 경험 부족 등이 어우러져서 결과적으로는 요즘 나오는 대중가요만은 못하다. (노래의 질에 대해서는 음악평론가 임진모씨의 코멘트로 방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애초에 임진모라는 사람 자체가 90년대 후반 이후의 음악에 있어서는 적응에 완전히 실패한 평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여담이지만, izm은 임진모의 색을 많이 덜어낸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사실, 뛰어난 것이 이상할 것이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박명수는 당장 무한도전을 그만두고 작곡가로 전업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들은 박명수, 그리고 무한도전의 이름을 걸고 각종 음원 사이트 등에 떡하니 올라왔다. 물론 음원 이 올라가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이를 평가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절대 공정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연제협의 주장이 타당하다. 무한도전은 현재 단순한 예능 프로의 수준을 떠나 그 자체로도 하나의 '거대 미디어'로서 작용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고, 그 동안 무한도전이 내놓은 각종 음원들의 성공을 살펴 보면 그 영향력은 SM이나 YG 같은 대형 기획사에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사람들은 SM이나 YG에서 질 낮은 음악을 내놓으면 그들을 열심히 공격하지만, 무한도전의 이름을 걸고 나온 노래들에 대해서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중들의 고질병인 '이미지'만으로 음악을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질'의 좋고 나쁨은 판단하지 않는 문제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면, 무한도전이 아무리 좋은 프로라고 해도 거기서 나온 음악이 좋지 않다면, 그건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요즘의 대중가요 한 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아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번 현상은 정말 허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떤 것을' 만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만든 것이 더 중요한 주객전도의 상황이니까. 물론 '억울하면 니들이 좋은 노래 만들던가' 식의 극단적인 주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씨알도 안 먹히고(이 주장이 주류로서 통한다면 대한민국 대중음악은 죽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은 기형적이기는 하지만 질이 결코 낮지는 않다) 무한도전 팬들도 이런 주장은 지양하고 있지만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댄스 장르를 경시하는 풍조는 왜 이번 상황에서는 싹 사라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까놓고 말해서 '무한도전이니까' 라는 한마디로 방어하고 있는 것 같다. 덧붙여서, 나는 이 음악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도 '음악' 자체를 놓고 보았을 때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현상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이전에, 이 현상은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대중들의 맹목적인 '이미지' 신봉 현상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이제 더이상 음원 사이트들의 차트 순위가 '좋은 음악'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 각각의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긴 글이 나올 것 같고, 주제에서 다소 멀어지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상황이 갖고 있는 다른 문제는 이미 연제협은 이런 상황을 비판할 만한 자격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여기에는 2가지의 표면적인 이유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는 것이다. 틀린 것부터 이야기하면, 이건 아까 말한 '억울하면 니들이 좋은 노래 만들던가' 라는 말 그대로이다. 까놓고 말해서 이건 요즘 K-Pop과 박명수가 만든 노래들을 둘 다 들어보니 장르가 비슷해서 '어 거기서 거기네' 수준에서 생각을 끝냈기에 벌어지는 추태이다. 이런 사람들은 <강북멋쟁이>를 만약 소녀시대가 내놓았다고 하면 '노래 왜 이따구로 만드냐'라고 깔 사람들이다. 아까부터 계속 언급되는 음악을 '이미지'로 평가하는 것에서 벌어지는 문제이다. 현재 위의 기사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 이에 가까운데, 이는 현재의 대중음악의 장르 편향성도 20% 정도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80%는 대중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연제협의 우려가 순수한 창작자로서의 우려보다는 기득권을 뺏기는 상황에 대한 우려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아닌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 상황에 대해서 가장 뼈아플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 작곡가들과 프로듀서들인데 말이다. 덧붙여서 현재의 연제협은 이미 몇몇 거대 기획사들에게 휩쓸리는 집단에 가까워졌다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연제협이 이번에 공식 입장을 발표한 의도는 '저 아니꼬운 것들이 우리 밥그릇 뺏어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공격해야 할까... 아, 음악이 조금 별로니까 이걸로 물고 늘어져야겠네' 정도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상황에 대한 내 생각은 그냥 '병림픽'이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질이 낮다'라고 공격하는데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받아칠 수 없고,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니들이 공격할 자격이나 있냐'라고 역공하는데 여기에 토를 달지 못하는 상황. 이번 상황은 여러모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과 대중들의 기형적인 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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