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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니, 현재 상황에서는 박근혜 후보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 같으니 그걸 전제하고 글을 써 봐야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번 선거는 내가 누굴 지지하던 간에 결국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표들이 전혀 의미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무조건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 정도의 이유로만 진보 진영을 지지하던 옛날에 비해 어느 정도 균형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역사는 아직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순간일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여 가고 있는 이 세상이 지금 당장 크게 회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단지 느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내 표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내가 앓고 있는 병(?)인 무감각증도 한몫했다. 어제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의 전체 공약집을 전부 읽어보았는데, 내가 지금 대충 1/10 정도 몸담고 있는 이공계 분야에 대한 대책이 정말 까막눈 수준인지라 조금 무책임하게도 '누가 되도 달라질 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긴 공약집을 다 읽느라 뭘 빼놓고 읽거나 판단력이 흐려졌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결정타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그냥저냥 '양 쪽이 다 자충수를 계속 두고 있는데, 종북이라는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민감한 키워드를 끌어안고 가는 문재인 쪽이 조금 불리하겠다' 정도의 생각은 있었다. 문제는 이 무감각증이 여기서 '더' 알아보려 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도청, 감찰 등의 뉴스 자체가 양 쪽에서 계속 터지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둘 다 똑같네' 정도로 치부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 들지 않았다. (지금도 모르고 있다.) 이 무감각증이라는 것이 어느 한 쪽으로 내가 쏠리는 것은 정말 확실하게 막아주었지만, 다시 말하면 움직임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게 있어서, 이번 선거는 이성보다는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이성의 비중이 좀 많이 낮았다. 이런 불확실함의 덩어리에 대한 불확실한 예측을 해 보면, 이런 상황은 뭔가 내가 크게 한 대 얻어맞지 않는 이상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불확실한 예감이 든다. 무엇보다도 일단 무감각해짐으로서 나는 예전에 비해 마음 속의 무게들을 많이 덜어낼 수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이게 내 삶을 바꿨으니까. 마치 5.18을 직접 겪은 광주 시민들이 새누리당을 절대 지지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아직은 이 종이배가 그냥 흘러가게 두고 싶다. 폭포를 만날지, 그냥 잔잔하게 계속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P.S. 이번 선거와 그나마 나의 이성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대한 글을 곧 또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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