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단 이 글은 izm에 실린 크레용팝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글을 읽고 쓰는 글이다. (링크)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이 글에 50%는 동의하고 50%는 동의할 수 없어서라고 할까나. 물론 이런 50%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아마 지금까지 겪고 체험한 나의 문화적 흐름들이, 특히 음악에 있어서는 보통의 한국 대중들과 많은 차이를 갖고 있어서일 것 같다. 하지만 그 배경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한국은 좀 멀었다'이기 때문에 딱히 50%의 차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친한 지인이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가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일단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리즘'을 정의하고 넘어가야겠다. 사실, 사전적인 의미로서의 아마추어리즘은 링크한 글에서 쓰인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의 아마추어리즘은 '예술의 본질은 질을 추구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에 있다'에 가까운 개념인데, 링크에서 쓰이는 아마추어리즘은 '의도적인 질의 포기, 변조, 희화화' 등을 나타내는 개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개념에는 아마추어리즘이라기보다는 'B급'이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지금부터는 링크에서 언급하는 아마추어리즘의 정의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크레용팝을 제외한 이 글의 초반 내용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초기의 <무한도전>(다시 말하면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의 성공은 '아마추어' 그 자체를 대중들에 노출시킴으로서 성공하였다고 나 역시 생각하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도 B급 정서를 철저하게 살린 뮤직비디오와 춤 덕분이었으니까. 단, 이 이유로 인한 성공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성공까지만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의 성공은 우리가 과거 '뚫훍송'을 보고 즐기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 출발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싸이는 해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았을지언정 그걸 어느 정도는 의도했을지도.) 그리고 크레용팝도 성공했다. 딱 여기까지는 동의한다. 다만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은 이들의 성공의 '아마추어리즘(링크의 정의에 따른) 승리'는 절대 아니라는 거다. 물론 크레용팝이 어느 정도 아마추어틱한 모습을 의도한 것은 맞다. 하자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정말 '아마추어'였고 미숙함을 드러내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는 결국 하나의 예술 상품을(크레용팝을 정말 온전히 음악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만드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크레용팝은 철저히 B급을 추구하고 어디 나사 하나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B급을 철저하게 계산하면서 프로 의식을 갖고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갖는 빈 공간은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 하에 생겨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이나 실력 논란과 같은 문제는 이들의 아마추어리즘과는 별개로 생각되어야 한다. 크레용팝 자체가 B급 정서를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해도, '매니지먼트'에서 B급을 보여주는 것은 크레용팝이라는 하나의 예술 상품에 있어서 오히려 손실에 가깝다. 또한 이들 이전에도 오렌지카라멜 같은 'B급 선배'들 역시 엄연히 존재하였으며, 크레용팝이 상대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질'이 좋았기 때문이지, 'B급'이라는 테마 그 자체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B급 정서 자체는 절대 신선한 테마가 아니다. A급이 존재하면 B급은 절대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또한 B급이 1등의 자리에 오르면 우리는 그것을 B급으로 부르지 않는다.(아마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Nirvana일 것이다.) 싸이라는 예외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싸이의 성공은 절대 음악의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하자.(B급의 성공이었다면 젠틀맨 역시 그 정도로 성공했어야 한다.) 결국 최소한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작품이 어떤 정서를 담고 있던 간에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자명한 것이며, B급과 같은 상대적으로 '잘 먹히는' 정서라고 해도 결국 그들끼리의 경쟁의 우위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었나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크레용팝을 꽤 좋은 곡을 만들어서 성공한 것이고, 이들이 성공을 지속하려면 계속 좋은 곡을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참사를 보는 공학도. (0) | 2014.04.21 |
---|---|
무한도전 가요제 논란. (0) | 2013.10.21 |
다름 (0) | 2013.06.29 |
박명수의 어떤가요, 무한도전, 연제협 (0) | 2013.01.16 |
12/31 (0) | 2012.12.31 |
- Total
- Today
- Yesterday
- 소리바람소화기
- My Bloody Valentine
- The xx
- third eye foundation
- Right Thoughts
- 국가지진종합정보시스템
- ASEAN-KOREA Future-Oriented Cooperation Project : Youth Exchange Program.
- 리뷰
- Youth Exchange Program
- 한아세안
- reflektor
- Tame Impalar
- 국제교류
- 무한도전 가요제 논란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 acoustic fire supression
- 청소년단체협의회
- 한스 요하힘 슈퇴리히
- 아이유
- Right Words
- 음악
- NECIS
- 세월호
- 국민안전처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무한도전
- 잔혹영화
- Chvrches
- 세계철학사
- Arcade Fire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