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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취향

요즘 신보들 이야기

Loomer 2013. 10. 30. 03:47

한동안 음악 이야기가 꽤 뜸했는데, 이게 결국 쓰면 쓸수록 내 시각이 넓어지고 날카로워진다는 걸 느끼게 된지라 또 써봐야겠다.

요즘 들어 나는 '리뷰'를 적을 자격은 못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지라.... 일단은 '감상'을 적는 연습부터 다시 해야겠구나 싶다.

비교적 최근에 들은 신보들 위주로 정리.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 - Franz Ferdinand


 이분들 오랜만에 돌아오셨다. 내용물을 열어보면 딱 Franz Ferdinand 스러운 결과물이 들어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했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조금은 변화를 주었던 3집과는 달리 다시 예전 스타일에 가까워졌으며, 심지어 타이틀 곡인 Right Action의 뮤직비디오조차 Take Me Out의 그것을 닮아 있다.(같은 감독이 작업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수요에 딱 맞춰 제작한 잘 빠진 상품 같은 인상이다. 그래서인지 나쁘지는 않지만 아쉽다. 좋긴 한데, 뭔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특히 이들이 2000년대를 대표하는 싱글 중 하나인 Take Me Out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음 앨범에서는 좀 더 모험을 했으면 좋겠다.



잔혹영화 - 야야(夜夜)


 되게 독특한 음악을(적어도 한국에서는) 하는 뮤지션 야야의 2번째 앨범. 이번 앨범은 정말 대놓고 영화 OST 컨셉으로 만들었는데, 영화 OST라는 컨셉답게 대부분의 곡들은 만약 청각적이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듣는 사람을 자극한다. 다시 말해서 '확 끌리는' 맛은 일품이라는 것. 깊게 살피면서 듣다보면 생각보다 이 뮤지션이 다양한 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생각보다 시도한 장르들의 종류도 많은 편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같은 분위기로 엮어냈고, 그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그냥 앨범 하나가 끝나 있다는 것이 이 앨범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매력일 것이다. 다만,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정작 음악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의 목적은 아무래도 청각보다는 시각(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던 존재하지 않던 간에)이었을 테니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좀 더 음악에 집중한 앨범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대박이 날 것 같다.




AM - Arctic Monkeys


현재 가장 잘나가는 밴드 중 하나가 된 Arctic Monkeys.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세대 중에서 결과적으로는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뮤지션이 된 그들이지만, 이들은 3집부터 계속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 왔던 편이다. 다만 3~4집 동안의 이들은 싱글 몇 개는 기막히게 뽑아내도 정작 이들이 했던 실험은 글쎄올씨다 수준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전과는 달리 최초로 성공적인 실험을 마친 앨범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전반적으로 3집 이후로 시작된 '차분한' Arctic Monkeys를 한 군데에 모아 정리하는 느낌이 드는 앨범이며, R&B 식 멜로디를 수용하는 등의 이번 앨범만의 독창적인 시도도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Arctic Monkeys라는 밴드의 지향점이 이제는 그들의 데뷔 시절과는 달리 대중 지향적으로 맞춰져 있는 만큼, 이들의 실험이 '쉽고 좋게' 들린다는 것은 분명한 성공이다. 확실히 3집 이후의 이들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럽게 들었으며 매체들(이들의 사생팬인 NME는 무시하더라도)의 평가도 비교적 후한 편. 마지막으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R U Mine?은 꼭 들어보시길. 1~5집의 모든 것을 정리한 듯한 이들의 역대급 싱글이다.




버스커 버스커 2집 - 버스커 버스커


 내가 요즘의(2010년 이후의) 홍대 인디 신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디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적 다양성을 요즘의 인디 신의 '주류'들이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양성을 엿바꿔 먹고 요즘은 달달한 기타팝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그룹들은 기타팝에서 '기타를' BGM으로만 쓰고 있는 판이다. 그런 점에서, 버스커 버스커 1집은 확실히 그러한 기타팝 앨범들과는 달리 밴드 편성의 묘미를 잃지 않는 매력을 가진 앨범이었다. 그 해의 앨범 자격이 충분할 정도로. 그리고 이번에 나온 2집은 1집에서 조금 더 일반 대중 가요로 나아간 앨범이다. 팝스러워졌다는 것이 애초에 음악적인 다양성을 대놓고 논하지 않는 대중 지향 밴드인 버스커 버스커에게 있어서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 다른 기타팝 그룹들 대신 이들을 골라 들어야 할 매력을 조금 잃어버렸다는 정도? 솔직히 자신의 노래를 자신이 만드는 뮤지션이라면 그들을 골라 들어야 할 이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인지라 개인적으로는 단점에 좀 더 시선이 가는 편이다. 다 떠나서, 타이틀곡은 좀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이들의 개성이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2집이기도 하고, 이번 앨범의 노래들도 대부분 이들이 스타가 되기 전에 만들어 둔 노래들임을 감안하면 이번 앨범을 갖고 이들이 퇴보했다라고까지 말하기는 무리인 것도 사실. 어쨌건 간에, 나는 여전히 이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편이다. 다음 작품은 쌓아둔 노래들 대신 새로운 창작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앨범으로 이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싶다.




Static - Cults


2011년에 낸 1집으로 그 해에 꽤나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던 Cults의 2집. 이번 앨범의 스타일은 조금 나른하고 어두워졌다는 정도를 빼면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아마 1집 시절에는 잘 사귀던 두 사람이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깨져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 같다.) 이들이 원체 듣기 편한 70년대식 복고풍 인디 팝 밴드라는 점은 이번 앨범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고. 다만 이런 식의 복고풍 인디 팝 밴드가 슬슬 넘쳐나기 시작하고, 이들 중에는 메이저에서 출발하는 밴드들도 있는 것이 현재인 만큼, 다음 앨범에서도 이렇게 나오면 이들을 들어야 할 이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Modern Times - 아이유


얼마 전 나온 이효리의 신보에서 대충 감이 왔지만, 아이유 역시 이와 비슷한 노선을 탔다. 인디 신의 영양분들을 현대 대중음악의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아이유가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유의 예전 앨범들만큼 확 와닿지는 않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던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순항을 계속하고 있고, 아이유와 이번 앨범을 기획한 수많은 사람들(뮤지션으로서의 '아이유'라는 존재가 결국은 이지은이라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제작된 작품인 만큼 이들의 존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의 신선함을 노린 의도도 어느 정도 잘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는데, 아이유가 생각보다 잘 소화할 수 있어서 놀랐던 부분들도 있었던 반면에, 그녀와는 전혀 따로 노는 부분도 있어서 이번 앨범을 완전한 성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시도 자체를 놓고 보면, 인디에서만 들어야 했던 스타일의 음악들을 Major Quality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나, 아이유가 기존부터 가져오고 있었던 그녀만의 이미지를 이번 앨범을 위해 상당수 희생한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사실 이 희생이 은근히 뼈아픈 것이, 현 시점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유와 비슷한 Identity를 가진 가수가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아이유 스스로가 그걸 버리고 경쟁자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예전부터 이번에 아이유가 했던 시도들의 Reference를 들어왔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앨범을 들을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일 테니까. 하지만 한국 인디 신의 Reference와 비교해 보면 녹음이나 Mixing의 질은 이 쪽이 몇 배는 더 우월한 것이 사실이고, 메이저 시장의 다양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통들어 봤을 때, 이번 앨범은 확실히 좋든 싫던 간에 문제작임이 분명하다.



Chvrches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벌써부터 올해의 신인 소리를 듣고 있는 무서운 신스팝 신예들의 첫 앨범이다. 원래 이쪽 바닥이 신인들의 첫 정규앨범만큼 주목받기 쉬운 앨범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앨범은 다른 걸 다 떠나서 '듣기 좋다'라는 점에서 확실히 많은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특히나 올 여름에 나름 비슷한 수준으로 이 쪽 바닥에서 인기를 얻었던 Disclosure가 이러한 점에서 결국 내 Playlist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한 강점이다.(물론 두 팀의 지향점은 다르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일렉트로니카에 아직 무지하긴 무지한가 보다. 아직까지는 귀에 잘 박히는 것'만'으로 이쪽 뮤지션들을 평가하는 것을 보면.) 아무튼 멜로디 빼면 시체인 장르가 신스팝 아닌가. 그것이 곧 신스팝의 생명력이고. 그래서 이들이 살아 있고 잘 나가는 것일 테니까. 다 떠나서 그냥 멜론 Top 100만 듣고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을 추천해줘도 잘 통할 것 같다.




Reflektor - Arcade Fire


(아마도 블로그에 이번 포스트를 하게 된 계기가 된 앨범일 듯???)


 이 앨범은 단연 올해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을 것이다. The Bends에서 Kid A까지의 Radiohead가 가지고 있던 '도대체 얘네들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주던 모습을 10여 년의 term을 두고 현 시점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밴드가 바로 Arcade Fire 아닌가. 아무튼, 이번 앨범을 평하자면 2집에서 3집으로의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 이상으로 이번 앨범은 꽤 난해하고, 당혹스럽고, 충격스러운 앨범이다. 다 떠나서 3집은 정말 물 흐르듯 끊어지지 않는 앨범 전체의 응집력과 이들을 소비하는 세대들이 공유하는 '어린 시절의 향수'라는 테마 덕분에 그 자체로도 흥행할 여지가 참 많았지만, 이번 앨범은 모티브부터가 그리스 신화에 아마 이들을 통해 처음으로 그 제목을 들어보았을 것이 뻔한 1959년 영화 Black Orpheus이니. 이들에 열광하는 사람들 중에 1959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 자체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 뻔한 사실 아닌가. 게다가 이들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James Murphy가 프로듀싱을 했고, 그 덕에 앨범 전체에 그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질감을 가진 전자음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포진하고 있으니 앨범 외적인 면에서부터 이 앨범은 여러모로 '문제작'이 가져야 할 덕목들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강점은 그러한 변화들에도 불구하도 이게 Arcade Fire의 앨범이라는 설득력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선공개된 타이틀 곡 Reflektor는 확실히 이번에 이들이 벌인 수많은 실험들 중 최고의 성공작임이 분명하고, 처음에 언급했던 '도대체 얘네들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도록 하기에 충분한 곡이다. 그 외에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곡들은 확실히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Arcade Fire Quality'를 유지하고 있다. 전작들이 그리울 사람들을 위한 팬서비스도 Afterlife라는 곡으로 해결해 주고 있고.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당혹감은 확실히 들으면 들을 수록 사라지고 있고, 이들답다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하지만 수많은 실험들을 위해 이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강점을 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1집부터 대대로 이들은 멜로디와 상관 없이 어떤 식으로던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음악을 해 왔고, 이것이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Reflektor를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에서 이러한 장점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한번에 꽃히던 전작들과 달리 여러 번 공들여 들어야만 이번 앨범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이들 특유의 극적인 연출은 다양한 실험들과 등가교환되었고, 2CD로 나온 만큼 곡 하나 하나의 길이가 길어져 한 번에 들어오는 곡들이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곡들이 길어야만 하는 설득력을 한 번에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꽤나 아쉽다. 이들의 앨범에서 '아쉽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실패인 것이다.

 확실히 Arcade Fire는 Discography를 쌓아오면서 쉴새없이 몰아치는 강렬한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묵직한 감동을 주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어쩌면 이번 앨범은 그러한 방향에 가속도를 붙여 좀 더 멀리 나아간 앨범일지도 모른다. 아직 앨범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사람들의 시선 역시 바뀔 수 있는 것이고.(그렇다고 해도 Pitchfork의 9.2점은 NME가 Arctic Monkeys에 매기는 점수만큼이나 무의미하다.) 확실히 이들의 이름값은 하고 있고, 실망스러울 정도까지의 결과물은 아니고, 계속 들으면서 익숙해지니 이 앨범 고유의 매력도 꽤나 보이는 앨범이다. 하지만 이들이 전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앨범이 다른 앨범이 아닌 Funeral임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자신들의 출발선을 스스로 지워버렸음이 틀림없다. 확실히 올해 최고의 문제작이다.(Kid A와는 달리 이 앨범은 공인된 Reference조차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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