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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MC몽과 이수.

Loomer 2014. 11. 4. 12:57

 MC몽의 컴백 때문에 요즘 세상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대Mong항쟁'이라는 유머러스한 이름까지 붙으면서 멸공의 횃불에 이빨 관련된 모든 노래들이 차트에 갑자기 올라가고, 연예인들은 이 와중에 그를 옹호하고 있고, 진중권은 이런 잣대를 정치인에게 먼저 들이댔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남겼다. 비록 난 미필이고, 보통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수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대해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조심스럽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가 싫지만, 그걸 떠나서 '무지'로 인한 한계 자체는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니까.)


 이 글을 쓴 계기는 네이버 뮤직에서 MC the Max의 신보에 달린 덧글들을 보고 나서였다. 그 곳을 가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MC몽에게 들이대는 잣대하고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친 이수 쪽의 범죄가 몇 배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에, 두 사람이 받는 반응의 차이가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수 쪽은 앨범이 비교적 성공해서 재기에 성공했다는 것까지도.


 물론 여기에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전략과 문제가 개입되어 있어 둘을 바로 동시에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MC몽이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컴백 그 자체도 있지만, 돌아올 때 들고 온 내용물이 상당한 노이즈 마케팅이었으니 말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바닥까지 떨어져 더 내려갈 곳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범죄 외에는 연예인 커뮤니티 속에서도 MC몽보다는 변방에 있고 본인 스스로도 조용한 이수에 비해서 MC몽은 보다 마당발이었기에 이렇게 옹호해 주는 사람들이 많을 테고. 이런 문제들이 겹쳐졌기 때문에 MC몽이 몇 배는 더 강한 비난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몽에게 가해지는 공격들에 대해서는 씁쓸함이 없지 않다.(그의 범법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주도하고 있는 20대 남성들의 대부분이 MC몽의 적이라는 점이 MC몽에게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속하기도 한 이 세대들의 대부분의 염원은 군대식 직장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군대식 사회가 바뀌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군대 식의 논리 중 하나인 '우리가 한 고생을 왜 너는 안 하느냐'로 공격하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순탄하게 성공한 엘리트인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외치는 것과 별로 다름이 없어 보인다. 물론 대부분은 '법을 어긴 사람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이수와 또 비교될 뿐이고, 그 지점이야 말로 '우리가 한 고생을 왜 너는 안 하느냐' 식의 논리의 정점일 것이다. 그 쪽은 본인의 이득만을 위한 범죄보다 죄질이 더한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친 범죄를 저질렀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군대라는 존재에 대한 애증이 꽤나 교차한다. 이미 국방의 의무를 마친 친구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진로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 나 홀로 미필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싶기도 하다. MC몽이 저지른 행위가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은 분명할지언정,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마치 먹이를 기다리고 있던 피랴나 떼처럼 몰려드는 모습은 쉽게 뭉치지 못하던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생계가 걸린 이슈가 나오기 무섭게 하나로 단결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동세대의 사람들이 벌써부터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이 씁쓸할 뿐. 내가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자라온 걸까.



P.S. 이단옆차기 관련 논란은..... 솔직히 나도 뭐라 할 말이 없다. 이건 병역기피 문제와는 별개로 MC몽이 크게 잘못했음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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