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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내가 이 학교에 학부생으로 입학한 이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5~6년의 시간 동안 별 일이 없다는 것이 물론 이상하고, 다른 테두리를 벗어나서 한 사람으로서 여러 일들과 직접 부딪쳐 본 것 경험이 그 전에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건이 없는 지금의 일상과 비교하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일들 중에는 내가 있는 이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이야기들도 참 많았다. 다만, 돌이켜 보면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2010년 초에 뜬금없는 이유로 갔던 자치단체 LT에서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 전원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Bilingual Campus 선포 계획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 학교에서 난리가 난 게임 차단 관련 이슈까지를 보면 항상 이 학교는 학생들을 '조련'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가끔은 이런 문제들에 직접 참여하면서, 가끔은 방관하면서, 대부분은 나보다는 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어쨌거나 관심은 열심히 가져왔고(관심'만' 가져왔다면 이건 면벌부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히 좌충우돌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워왔다.
사실, 나는 이 학교의 총학생회의 죄인이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긴 했지만, 2012년의 기억들을 돌이켜 보면 그 당시의 나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 당시 가까이 있던 몇몇 분들께는 다행이도 용서를 받았지만) 이후, 나는 그 잘못에 대한 속죄 및 자숙의 의미로 학교와 관련된 일에 대하여 거시적인 수준의 의견 제시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이를 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 당시의 나는 말 그대로 '천덕꾸러기'였다. 다행인 것은, 그 시절 만난 사람들은 이런 나를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멋졌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는 준비가 안 되었다기 보다는 이 쪽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지만) 그 당시 일을 제대로 맡을 준비가 안 되었던 나라는 천덕꾸러기를 잘도 끌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소임을 성실하게 했으니.
그리고 그 사람들이 총학생회를 모두 떠나고,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도 어느 정도는 죄책감을 덜고 술안주거리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 갑자기 게임 규제라는 큰 문제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총학생회에 떨어졌다. 물론 총학생회 쪽이 가진 패는 예전에 비하면 많다. 다른 어떤 때보다도 강해 보이는 총학생회원들의 지지가 있고, 나와 함께 했던 '멋진 사람들'을 비롯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비회원들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려운 것은 대놓고 '이것은 통보다'라고 선포한 학교 측의 태도이다. (정말로 회의록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나 같은 천덕꾸러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로. 물론 난 이제 학부생도 아니고,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편이 더 효율적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딱 한 마디만을 하려고 한다.
움직이라고.
사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비교적 수동적이다. 이는 학번이 내려가면서 극복되어가고 있는 듯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입시라는 이름 하에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점이 크다. 이런 사람들에게 바로 큰 문제를 던져 주면 해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움직이는' 문제는 그 정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후배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목소리를 참지 말고 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이 과정을 귀찮은 일로 여기지 않고 즐겨줬으면 한다. 움직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지금의 내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움직이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이고, 강력하다. 아직 묶여있는 곳이 그나마 적을 때 많이 움직이는 것. 이것이 내가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면서까지 배운 교훈이고,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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