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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날이다. 전국에서는 과거 그 무렵만큼은 아니어도 다시 추모의 물결이 은은한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 사건을 기점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들과,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기에 나에게 있어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재앙이 아닌 오늘날의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을 한 번에 들춰내버린 사회적 충격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그 당시 느꼈던 사회적 충격은 지금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내 안에 자리잡고 있을까.
1년 전과 비교해서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의 감정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감정적인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러한 이유로 난 세월호 참사에서 아끼는 사람들을 잃은 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감히 재단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내가 참사의 피해자가 아닌 이상 그분들의 슬픔에는 100% 공감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타인과의 벽을 더 높이 쌓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라, 아니 말할 수 없다' 라는 공학도스러운 자세가 어느덧 몸에 배어있는 나로서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다.
한편, 이러한 시선은 (잔인한 말이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 말은 이 사건으로 인해 터져나왔던 여러 사회적 병폐들을 해결하는 것이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무조건적인 위로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만 해도 이 사건으로 통해 불거져 나온 논점들이 주르르 떠오른다. 기자의 취재 윤리, 관료주의의 폐해, 감정적인 손실에 대한 물질적인 검증의 문제, 검증되지 않은 명제들에 대한 무분별한 신뢰(이 부분은 내 예전 글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구조라는 중요한 순간에서 벌어진 유착 관계 등등. (다시 잔인한 말이지만) 희생자들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은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으며, 우리에게는 이러한 논제들을 토론하고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솔직히 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유족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캐치프레이즈에 썩 동의하진 않는다. 이번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치부일 뿐, 여기서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온전히 우리 몫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만히 둔다고 진실이 침몰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하는 일 역시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은 내가 지나치게 이성의 눈으로만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고, 슬픔을 나누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복신앙 마냥 단순한 감정적인 공감으로 끝나서는 제 2의 세월호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이러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나보다 감정적인 공감을 더 잘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의 '감정의 힘'의 덕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고, 그러한 점에서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바이다.) 위에서 언급한 논점들 중 어떤 것들은 해결하는 데에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있을 것이고, 어떤 논점들은 동등한 출발선에서 대화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멈춰 있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이전에 올바른 정보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보다 능동적인 눈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내가 1년 전의 그 참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P.S. 이러한 입장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교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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