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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네네치킨 사건과 합리성.

Loomer 2015. 7. 3. 14:45

 얼마 전, 네네치킨 페이스북에서 일베발 합성 사진을 게시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네네치킨은 엄청난 대중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으며, 네네치킨 측은 관련 담당자들을 해직 조치하였다. 하지만 아직 대중들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네네치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네네치킨의 대처는 지금까지 일베 합성사진에 노출되었던 다른 매체나 기업들에 비하면 상당히 강경하고 빠른 대처이고, 이 사건이 모든 네네치킨 관계자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왜?


 확실히 대중은, 아니 더 나아가 인간은 완전무결한 합리성을 가진 존재는 아니다. 어떤 하나의 슬로건에 다수가 휩쓸리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 슬로건의 합리성은 무시되기 마련이고, 이러한 합리성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공격받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인터넷, 특히 SNS의 확산에 따라 점차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나조차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여기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보여주는 페이스북의 특성도 한몫할 것 같다.) 이번 네네치킨 사건의 경우도 다수의 흐름이 합리성을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는데, 지방에서 네네치킨을 배달하는 알바생과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람 간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내가 비교적 이상주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나는 이런 류의 이슈가 생기면 '너희들은 이래서 잘못되었다!'라고 하기보다는(일베는 어떻게 보면 여기서 생각을 멈춘 사람들의 집합소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보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더 두는 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비슷하게 '어떻게 해야 대중이 보다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 분야는 내 전공도 아니고, 이 질문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내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답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나의 이상주의가 한 번 더 발동되는데, 나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장기적일지라도 미시적인 해결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경우에는 '개개인의 합리성을 키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라는 답변을 선호한다는 것.


 이공계라는 '합리의 세계'에 몸을 던지고 있다 보면 종종 합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밖의 세계에 대해 잊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나는 절대로 그 밖의 세계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을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보다 못났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서로의 언어가, 생각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점점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에게 내 생각이 통하지 않음을 느낄 때 느끼는 좌절감도 더 커져간다. 이런 식으로 여러 학자들이 세상과 담을 쌓게 되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화를 해야, 더 접촉해야 나아지겠지. 나도, 그들도. 그리고 이 방법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개개인의 합리성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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