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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을 돌아다니다 '소리바람소화기'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기사 링크) 일단 내가 음향 트랜스듀서를 전공하는 사람인지라 호기심이 들었고, 이거 관련해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느낀 생각들을 정리해봄. 일단 내가 해당 기술과는 전공이 다소 다른지라(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오히려 연소 쪽 전공자가 더 잘 알 만한 부분이 많다.) 부정확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1.
일단 저주파로 화재를 잡는다는 개념 자체는 1857년에 아일랜드의 과학자 John Tyndall이 '내 목소리가 좀만 더 크면 불을 끌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던 걸로 보아 오래 된 것 같다. 하지만 기술 연구는 불과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듯 한데, 2005년에 이거에 관련된 JASA(미국음향학회) Article이 있고, 첨부한 영상의 주체인 DARPA(미국 국방고등과학연구기획청)에서는 2008년부터 우주선 화재에 대처하기 위해 이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여기에는 골때리는 사연이 하나 있다. 거의 딱 1년 전에 Mythbusters에서 이거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냈는데, 이 무렵 해당 프로에 출연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 에피소드를 녹화해서 그대로 DARPA에 던져주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Youtube에 공개되어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George Mason 대학의 두 공돌이들이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물건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다. (관련기사) 그리고 소리바람소화기는 이 물건과 꽤 비슷하게 생겼다. 일단 저주파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
2.
'저주파로 화재를 어떻게 잡는가?'가 제일 궁금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다만 이 쪽이 내 세부 전공(음향 트랜스듀서 모델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지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인 연소(Combustion)과 음파 사이의 관계부터 잠시 설명해야 할 듯 하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위에서 언급된 Joh Tyndall 등의 사람에 의하여 꽤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아예 Thermo-acoustic Combustion이라는 분과학문이 있을 정도. 이 쪽은 음향보다는 연소 쪽 전공자들이 더 잘 알 듯한 부분이라 내가 잘은 모르지만(연소를 전공하는 내 친구 중 하나가 더 잘 알 듯....), 간단히 말하자면 연소 환경의 안정성(Stability)에 음향이 크게 관여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음향이란게 결국은 공기 중의 압력 혹은 속도 분포이기 때문에 불꽃이 일렁거린다거나 하는 일에 음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최근(2000년대)에는 음향이 동반되는 연소 환경에 대한 Numerical Model까지 어느 정도 그럴싸하게 만드는 정도로 발전하였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링크(학문의 역사와 개괄)나 이 링크(물리적 모델과 Control System)에 어느 정도의 개괄이 설명되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학문에 대한 소개 수준이며, 최소한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학부 수준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고, 무엇보다도 나도 전부 읽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연소 환경을 음향으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음향을 이용하여 불을 끈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소위 말하는 'Acoustic Fire Supression'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보지 않았기에 잘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저주파로 불을 끄는 것에 대한 이론적인 모델에 대한 Paper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있다면 앞서 언급한 Thermo-acoustic Combustion 쪽 카데고리에 있을 듯 한데, 이 쪽은 내가 문외한이라;; 만약 찾으면 글을 수정하도록 하겠다.) 따라서 여기서는 DARPA가 위의 영상을 공개하던 시점에서 내놓은 설명을 따르도록 하겠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위에서 내가 연소니 뭐니 왱알왱알한 것과는 다르게 비교적 단순하다.(물론 각 과정의 이론적 배경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음파로 공기를 흔들어 연소를 방해한다. 자세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 링크를 참조함)
1) 음파에 의해 공기의 속도가 증가하면 불꽃의 Boundary Layer가 얇아진다.
(왜 그런지는 Thermo-acoustic Combustion 쪽을 찾아봐야 할 듯 하다.)
2) 한편, 음파에 의해 공기가 요동치면서 불타고 있는 연료 표면을 뒤흔들고, 이 역시 불꽃의 Boundary Layer를 얇게 한다.
3) 이로 인해 연소에 집중되어야 하는 열이 넓게 퍼져버리고, 산소나 연료의 유입도 뒤엉켜 결과적으로 연소가 멈춘다.
처음 소리바람소화기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을 때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역시 기레기들....' 같은 생각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나라고 해도 이걸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 분야에 대해 무지하고 이론 모델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이 쪽 전공자 분들은 나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듯? 이 부분은 내가 정보를 찾는 대로 수정해야 할 듯 하다. 해결되지 않은 궁금점도 있고.(왜 저주파에서만 되는가? 음압이 상당히 커야 할 듯 한데 정말 그런가? 등등)
3.
이 기술을 개발한 숭실대 배명진 교수님은 작성하신 논문들을 찾아보니 Physhoacoustic이나 Signal Processing 쪽이 주요 활동 범위인 것 같다. 연구실 홈페이지만 봐도 그런 삘이고. 내가 있는 연구실과는 연구분야가 꽤 다른 분이시다. 다만 처음 이 글을 쓸 때 궁금했던 것은 이런 분이 분야가 다소 다른 이 쪽 분야를 연구하시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생각이었다.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도 대학생 둘이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물건이라면 저주파로 불을 끄는 기술 자체는 주파수와 음압만 어느 정도 확보되면 그 자체의 기술적 난이도는 그렇게 여럽지 않을 듯 하다. 아마 배명진 교수님 연구실에서 만든 물건의 강점이자 연구진의 능력이 주로 발휘된 쪽은 '소리바람(Sound Wind)'에 있는 듯 한데..... 중요한 것은, 현재 나온 보도자료들만으로는 소리바람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실 홈페이지에는 논문 실적 같은 것이 전혀 적혀있지 않아 알 수가 없고, RISS에도 뜨질 않으니... 이 기술이 소리를 보다 멀리까지 보내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듯 한데...
4.
이 글을 쓰면서 본의 아니게 같은 연구 주제에 대해 한국과 외국의 기사들을 비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사와 관련된 정보들의 Reference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배명진 교수님 측에서 내놓은 보도자료가 딱 이 정도 수준일 수도 있지만.... 외국 기사들의 경우에는 (비록 한 기사에서 모든 걸 다루는 경우는 없지만) 이러한 기술의 학술적인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관련 검색을 위한 키워드를 명확하게 제공해주며, 기사에서 다루기 어려울 수도 있는 수준의 내용들은 키워드를 명확하게 제공하거나 링크를 걸어놓곤 한다. 이러한 Reference 덕분에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었는데, 한국의 기사에서는 그런 것들을 찾지 못해 아쉬웠다. 위에서 언급한 '소리바람'에 대한 것도 이에 관련된 링크라도 첨부해 준다면 좋았을 텐데.(정작 이에 대한 논문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더 우선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다음 문제점은 너무 쉽게 기사를 쓰려고 한다. 과학저널리즘에 대해 많이 고민해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쉬운 과학 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쉬운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비유를 쉽게 하려다 보니 실제 현상과 동떨어지거나 해석의 여지가 달라질 수 있는 비유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비유로는 과학 기사가 각각의 기사에서 다루는 이론이나 기술들의 정확한 강점과 한계를 묘사하는 것이 미흡해진다. 그러므로 조금 더 복잡해지더라도 자세하게 글을 쓰는 것이 과학 기사의 본질에 더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달 전 쯤에 기회가 되어 만나뵈었던 한겨레 사이언스온의 오철우 기자님께서는 이공계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하나 쓸 때 관련된 논문들의 Abstract 정도는 다 찾아 읽으신다는데 이 정도 정성은 들여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문제점은 인터넷 기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베껴쓰기. 네이버에 소리바람소화기로 검색해 보니 똑같은 글들의 반복이었다. 이건 뭐 말할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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