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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양일간 GMF에 스텝으로 참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GMF 주최측에 고용된 경호팀에게 고용되어 출입구 통제, 동선 관리, 안내 등을 했다.
확실히 기존에 관객으로 참가한(정작 이런 대규모는 거의 없었지만) 여러 공연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느낀 점들을 차례차례 적어본다. 단,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
스텝으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 공연이 좋았고... 뭐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을 듯?
1. GMF는 여성향 가요 페스티벌이다.
확실히 GMF는 여성을 타켓으로 노린 페스티벌 같다. 기본적으로 2~30대 정도의 세대가 좋아할 만한 팀들이 오고, 그들 중 대부분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팀들이다. 그리고 앞 문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딱히 출연하는 팀의 음악 장르는 중요하지 않았고, 이를 다시 말하면 GMF는 록 페스티벌의 성격은 아니다. (뭐, 결국은 몇 가지의 특정 장르들로 압축되지만.) 존 박, 버벌진트, Sweet Sorrow가 출연해도 큰 위화감이 없는 그냥저냥 타켓이 확실한 가요 페스티벌. 실제로 입구에서 출입구 동선 관리를 하면서 느낀건데 여성 분이 남성 분들보다 4배 정도는 더 많은 듯 했다. 커플도 많이 보였지만 그 이상으로 여자들끼리 모여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간에 그래서 그런지, 출연진들도 선곡할 때 이런 점을 신경쓰는 것 같았다. 버벌 진트의 경우는 '음악'으로서 인정받았던 초창기 시절의 노래들 대신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후반기 노래들 위주로 선곡하였고, 둘째날의 헤드라이너 윤상 역시 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 계열 음악은 완전히 배제한 채, 인기있었던 노래들이나 멜로디가 좋은 Instrumental Track 위주로 선곡하였다. (그래도 확실히 윤상은 클래스가 달랐다.) 물론 페스티벌의 성격 상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관객들이 보이는 것 이상으로 거대한 몇몇 뮤지션들을 이 공연만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철저한 타켓팅의 단점이랄까.
2. 스텝 하면 공연 절대 못 즐긴다.
일단,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런 대형 페스티벌에 스텝으로 참여할 생각이라면 그 생각을 접으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여러 장소에 무대가 있는 이런 류의 공연의 경우, 스텝은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서 일하게 되기에 원하는 출연진을 골라서 공연을 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내 경우에는 가장 큰 규모의 무대였던 잔디마당 쪽에서 주로 일했기 때문에 이쪽 무대에 올라선 출연진들 위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다는 것이다. 무대가 있는 곳으로 배치를 받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텝들은 무대 밖에 배치된다. GMF의 경우에는 내가 있었던 진행요원 외에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각종 부스, 행사본부, 물품보관함 운영 및 각종 세팅을 하던 분들이 있었는데, 두 경우 모두 무대 안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우리 경우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천막이 무대 뒤쪽에 있어서 가끔 무대 뒤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2일차에는 제지당하기 시작했다.) 뭐, 내 경우는 2년 전쯤부터 취향에 부합하는 한국음악이 거의 없어진지라 솔직히 딱히 듣고 싶던 뮤지션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그런 점에서 정차식 라이브를 들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페스티벌의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 싶은 목적이 더 커서 이 일을 신청했던 것이라 딱히 공연을 못 보는 것이 큰 악재는 아니었다.
3. 관객은 Fluid.
사회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몇몇 시도들 중에는 대규모 군중의 이동을 유체역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책에서만 봤던 이야기었지만 이곳에서 드디어 실감할 수 있었다 -_-;; 내가 있었던 곳이 가장 큰 무대가 있는 곳이라 관람객도 가장 많은 축이었는데, 이들이 줄을 서서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은 말 그대로 수많은 Fluid Particles의 Compressible Pipe Flow를 보는 듯 하였다.... Compressible인 이유는 가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기도 하고 뭉쳐지기도 하고 해서...... 그런데 신기한게 이게 또 파동처럼 전달되서 더 Fluid 같다..... 심지어는 Viscosity 느낌이 드는 현상까지도 보였다.....-_-;;;
여기까지는 공대틱한 헛소리고, 진짜 Fluid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구멍을 제대로 막지 않으면 무조건 새어나온다는 점. 일단 티켓 구매 확인용 팔찌를 확인하면서 제한된 면적의 입구로 입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사람이 많아지면 입구 쪽은 무조건 줄이 생기게 되어 있다. 이 때 줄의 위치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면 줄이 입장과 무관한 관객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출구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_-;;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기하는 줄을 입구에서 정면 방향을 피해 옆쪽으로 쫙 붙여야 하는데,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우에는 이럴 시간도 없이 사람들이 주위를 가득 메우곤 했다.(Sweet Sorrow 때는 아예 3개의 지류가 하나의 본류로 합류하는 무슨 강 같은 형태까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이지 통제하고 있는 영역에서 조금의 틈만 있어도 그 사이로 '사람'이 흘러들어간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들어가는 것이 새치기랑 직결된다는 점. 그래서 계속 메가폰 들고 안내하고 통제하고 그러지만, 정말 흘러가는 사람 잡기 쉽지 않다. 말로 설명하기 되게 힘든데, 아무튼 결과적으로 누수 방지율 100%는 불가능했다. 펜스를 설치해도 그걸 넘어오더라....... 어쨌든 괜히 경호팀씩이나 불러서 통제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4. 담배.
이번 GMF에서는 잔디마당 내부의 특정 지역에서만 흡연이 가능했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모두 금연이었다. 관람객들도 대부분 이를 잘 지켰으며, 흡연자 분들께서도 담배를 꺼내기 전에 흡연구역이 어디인지를 먼저 묻는 개념찬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문제는 관객들'만' 그랬다는 거다. 내가 실질적으로 고용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호업체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셨다. 물론 그 곳은 지정된 흡연구역이 아니었다. 물론 일을 하면서 피운다거나 하시지는 않았고, 피우는 장소도 넓지는 않아서 관객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흡연자인 나는 조금 힘들었다. 밤에는 스텝들이 휴식을 취하는 천막이 조금 뿌옇게 보일 정도였으니. 특히나 같이 일한 사람들도 대부분이 흡연자여서 행사 도중에는 딱히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다만, 천막 주위에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들은 Gree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페스티벌 치고는 참 뭣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웃기고 어이없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이 행사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은 공원 전체가 법적으로 금연구역이라는 것이다. 주최측이 무슨 권한으로 기본적으로 금연구역인 이곳에 흡연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사전에 특별 허가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곳이 금연구역임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꽤 큰 민폐였을 텐데.
5. GMF의 위상 혹은 취향의 차이
GMF는 어느덧 올해로 5년째이다. 그런데 안내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GMF 자체를 모르는 인근 주민들이 정말 많았다. 올림픽공원이 꽤 넓은 공원이고 주말이기도 해서 지역 주민들이 산책 삼아 GMF 도중에도 많이들 오갔는데, 이들 중 80%는 나를 비롯한 스텝들에게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많이 물어보시더라. 물론 대부분 40대 이상이신 분들이라 GMF 스타일의 음악과의 접점이 거의 없는 분이시기는 하지만 5년씩이나 했으면서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좀 아쉽기도 했고, 그만큼 세대간의 음악적인 갭이 심하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 이야기가 나와서 여담이긴 한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오히려 무개념 관객들이 많았다. 특히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분들 중에 그런 경우가 많았던 듯.
6. 음악을 들은 출연진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
애초에 내가 GMF 취향의 음악에서 꽤 벗어난 상태이기도 해서 딱히 정말 꼭 보고 싶다 싶은 출연진이 많지는 않았다. 대충 장기하와 얼굴들, 델리스파이스, 정차식, 윈디시티 정도 빼면 솔직히 그닥 관심이 없는 팀들. 그래도 음악은 음악이고 공연은 공연이니까(대표적인 차이점으로는 모든 출연진이 밴드 편성으로 무대에 올라와야 한다는 것) 내가 들은 출연진들에 대해서는 살짝살짝 적어보려 한다.
처음으로 제대로 들은 출연진은 버벌진트. 언어에 상관없이 노래 가사를 바로 듣지를 못하기 때문에 힙합과 취향이 엇나가는 내게 있어서도 버벌진트는 꽤 좋은 평가를 받는 뮤지션인 편인데, 확실히 그 값은 한 것 같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이 후반기 노래 위주로 선곡한게 조금 아쉬웠던 정도.
그리고 존 박. 일단 50분이라는 시간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존 박은 자기 노래를 모두 다 불러도 50분을 못 채운다. 그래서 그런지 팝송을 꽤 많이 불렀다. 평가는... 그냥 TV에서 보던 존 박의 수준 딱 그 정도. 딱히 큰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관객 수는 버벌진트 쪽이 더 많았다. (여담이지만 나는 버스커버스커 외에는 슈퍼스타K로 성공을 이룬 팀이 없다고 생각한다.)
에피톤 프로젝트. 솔직히 나는 이들을 비롯해서 이런 류의 감성을 가진 그룹들이 '감성' 외에는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저냥.
그리고 대망의 정차식. 한국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과 아름답고 곱게 부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입증해 주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실히 그의 보컬은 말 그래도 악마가 올라온 것 같았다. 솔로로 앨범을 2장이나 냈는데 다 고평가받았던 걸 보면 확실히 능력이 출충하고 개성도 넘치시는 분. 멀리서 듣기만 해서 좀 아쉬웠다.
Sweet Sorrow. 확실히 이들은 화음이 가장 큰 무기다. 그리고 보컬만 4명이니까 멘트로 만담도 할 수 있고 해서 공연 자체는 재미있는 듯 했다. 물론 나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70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완급 조절도 잘 되었고, 어느덧 히트친 곡들도 꽤 되고 해서 엄청난 인기를 보였다.
박새별. 솔직히 나는 박새별이라는 가수는 잘 모르고, 그저 그녀가 속한 소속사를 통해서 그녀의 이름을 들어왔을 뿐이다. 이 공연은 무려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싱어송라이터여서 그런지 확실히 모든 곡에 일정한 개성이 부여되어 있었다. 그녀가 속한 레이블이 인디라기보다는 오버 쪽이니까 그녀를 오버그라운드 뮤지션으로 본다면, 그녀가 제대로 앨범을 내면 최소한 오버그라운드 쪽에서는 충분히 특색 있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Joe Brooks. 누군지도 몰랐는데, 뭐랄까 은근히 내 취향의 색깔들이 조금씩 섞여 있는 멜로디와 사운드를 갖고 있었다. 약간 Fleet Foxes 같은 녹색의 포크 삘도 조금 나기도 했고, 한국 대중 가요의 색깔도 갖고 있고. 그래서 들을 때 생각보다 신선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음반을 찾아 들어볼까 한다.
윤하. 솔직히 J-Rock 쪽은 내 취향이 영 아닌지라 그저 그랬다. 뭐 이건 취향의 차이니까.
The Solutions. 솔직히 나는 이들이 왜 뜨는지 모르겠다. 그냥 전자음 조금 섞은 요즘 영국 음악을 그대로 가져온 것 뿐이고 고유의 정체성이 전혀 없는데 왜 뜨는 건지 원. (요즘은 The Koxx가 1집 이후로 내놓는 노래들에서 이 노선을 타는 것 같아 좀 아쉽다.) 라이브는 뭐 그냥저냥 괜찮았다. 너무 멀리서 들어서 앨범 이상인지 이하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브로콜리너마저. 나는 브로콜리너마저는 요즘 유행하는 '홍대발 감성적인 음악'의 주류와는 좀 다른 색깔을 가진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은 이들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들이 저런 류의 음악이 대세가 되는 계기를 직접적으로 마련한 사람들이기는 한데, 어쨌든 이들 뒤에 나온 그런 식의 팀들은 결국 이들을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뮤지션. 다만, 공연은 그냥 평범했다. 미니멀한 편성의 한계인 것 같은데, 앨범 수준을 능가하는 라이브를 보여주는 것이 힘든 것 같았다. 사실 모든 미니멀한 편성을 가진 뮤지션들의 고질병이긴 하다.
Daybreak. 뭐랄까 얘네들은 대충 초창기의 Maroon 5와 비슷한 포지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밴드 편성의 이유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팝스러운 음악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내 취향의 음악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다 떠나서 이 정도 감각이라면 방송출연만 잘 되면 뮤직뱅크 뭐 이런데에서 차트 상위권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한 음악을 하는 듯. 듣기만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윤상. 한국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뮤지션. 아무튼 GMF이니까 여기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음악들로 공연을 진행했다. 그래도 그의 음악적 영역이 정말 엄청나게 넓은지라 GMF에서도 월드뮤직스러운 연주곡의 비중이 1/3 정도였다. 그리고 확실히 멀리서 듣기만 하는데도 사운드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나는 윤상의 일렉트로닉한 곡들을 많이 듣고 싶었는데... 확실히 GMF에서 그런 곡을 연주하긴 힘들 것 같긴 하다.
대충 이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몸이 좀 힘들기는 했는데, 한 번 정도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경험인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 큰 문제인 것 같긴 한데(차라리 인원 제한을 했으면 싶을 정도로), 그래도 페스티벌 분위기는 물씬 나서 좋았다. 그래도 다음에는 스텝보다는 관객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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